목표는 113

212025년 08월 13일4

크롬 출시 전략 회의실.
평소 드미트리가 머무는 Dawn 프로젝트 연구실의 자유분방함과는 사뭇 다른,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곳은 코드의 아름다움이나 기술의 이상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수십억 사용자를 책임지는 제품의 안정성과 출시 일정을 결정하는, 차가운 현실의 공간이었다.

테이블 상석에는 크롬 제품 부문 부사장, 선다가 앉아 있었고, 그 옆으로는 출시 관리 총책임자인 메이슨 이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문서를 넘기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팀을 대표하여 이들 앞에 섰다.

메이슨 이사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강철처럼 단단했다.
“드미트리, 핵심만 말해주시죠. MVP가 안정적이라는 건 보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걸 수십억 사용자에게 배포했을 때, 정말 문제가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저희는 크래시 리포트가 급증하는 악몽은 반드시 피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모든 대규모 소프트웨어 출시 전에 거쳐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드미트리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확신합니다. 모든 P0, P1 등급의 치명적이고 중요한 버그는 해결되었습니다. 오리진 트라이얼에 참여했던 피그마, 바빌론JS와 같은 주요 파트너들의 사이트에서 성능 지표와 안정성은 이미 몇 달간의 테스트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물론, 세상에 100% 완벽한 소프트웨어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WebGPU는 수년간의 담금질을 거친 그 어떤 신규 기능보다도 견고한 상태라고 자부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희망 섞인 낙관이 아니라, 수많은 버그 리포트와 씨름하고, 밤샘 디버깅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에 기반한 자신감이었다.

이번에는 제품 전략 담당자가 질문을 던졌다.
“경쟁사 동향은 어떻습니까? 파이어폭스와 사파리의 진행 상황 말입니다. 우리만 너무 앞서 나가는 것도 생태계에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크롬에서만 동작하는 기술이라고 오해할 수 있으니까요.”

“모질라의 wgpu 프로젝트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미 파이어폭스 나이틀리 빌드에서는 상당 부분 동작하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그들의 구현체에 꾸준히 진전을 보이고 있고요. 저희가 먼저 정식 출시를 함으로써, 다른 브라우저들의 개발 속도를 촉진하고, 웹 개발자들에게 ‘WebGPU의 시대가 정말로 시작되었다’는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독주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드미트리는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 몇 년간의 모든 데이터와 논쟁, 그리고 해결 과정이 담겨 있었다.

회의를 조용히 듣고 있던 선다 부사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짧게 말했다.
“좋습니다. 데이터는 충분히 검토했습니다. 이제 목표를 정해야겠군요.”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메이슨, 가장 빠르게 탑재할 수 있는 버전이 언제입니까?”

메이슨 이사는 잠시 달력을 확인하더니 대답했다.
“크롬 113 버전의 기능 동결(Feature Freeze)이 몇 주 남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최종 승인이 떨어지고, 마지막 회귀 테스트(Regression Test)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탑재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정이 매우, 매우 빠듯할 겁니다.”

기능 동결. 그 시점이 지나면 해당 버전에는 더 이상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없게 되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였다.

선다 부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합시다. 목표는 크롬 113입니다.”

크롬 113.

그 숫자가 회의실에 울려 퍼지는 순간, 드미트리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막연했던 ‘정식 출시’라는 목표가 이제는 구체적인 날짜와 버전 번호를 가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의 없습니까?”
선다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결정은 내려졌다.

회의가 끝나고 연구실로 돌아온 드미트리를 팀원들이 초조한 눈빛으로 맞았다. 드미트리는 팀원들을 둘러보며 짧게 말했다.

“목표는 113이야.”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내 여기저기서 나직한 탄성과 함께 결의에 찬 눈빛들이 오갔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남은 몇 주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창조물이 단 하나의 허점도 없이 완벽한 상태로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

드미트리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 모니터 옆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그곳에는 ‘MVP 완성’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그 포스트잇을 버리고, 새로운 포스트잇에 검은 펜으로 세 개의 숫자를 힘주어 적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