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판결

242025년 08월 14일4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얼어붙어 있었다.
Dawn 프로젝트 연구실의 공기는 유리처럼 팽팽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도, 나지막한 대화도 없었다. 오직 서버 랙에서 울리는 희미한 팬 소음과, 기능 동결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모니터의 숫자만이 그들의 초조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자신의 메일함을 띄워놓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새로고침 아이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코드는 그의 손을 떠났고, 운명은 출시 관리 총책임자, 메이슨 이사의 손에 달려 있었다.

바로 그 시각, 다른 건물에 위치한 메이슨의 사무실.
그녀의 모니터에는 드미트리가 보낸 메일이 떠 있었다. 그녀는 즉시 메일 본문을 읽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숙련된 감사관처럼 관련 링크들을 하나씩 클릭했다.

첫 번째는 프로젝트 제로가 보고한 보안 취약점의 상세 내용이었다. 그녀는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음은 드미트리 팀이 제출한 수정안(Patch)이었다. 수십 줄의 코드가 그녀의 화면을 채웠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연 것은, 방금 전 모두 통과된 빌드 봇의 최종 결과 대시보드였다. 수백 개의 녹색 ‘PASS’가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그녀는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었다. 그녀 역시 잔뼈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그녀는 코드의 변경점과 테스트 결과를 비교하며, 이 패치가 다른 곳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 보안 허점을 완벽하게 막았는지 마지막으로 검토했다.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혹은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볼 수도 있었다.

몇 분이 영겁처럼 흘렀다.
그녀는 마침내 모든 검토를 마치고, 드미트리의 메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간결하게 답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Dawn 연구실.
모두가 지쳐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을 때였다.
드미트리의 스피커에서 ‘띵’ 하는, 아주 평범한 새 메일 알림음이 울렸다.

그 작은 소리에 연구실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드미트리는 마른침을 삼키고, 마우스를 움직여 메일을 클릭했다. 발신인은 ‘Mayesn’. 제목은 Re: WebGPU for Chrome 113 - Final Approval Request 였다.

본문은 단 한 줄이었다.

LGTM. Approved for 113.

LGTM. Looks Good To Me.
113 버전에 대해 승인함.

그 짧은 문장을 확인하는 순간, 드미트리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그는 눈을 감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카이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드미트리?”

“……승인됐어.”

그의 잠긴 목소리가 연구실에 울려 퍼졌다.
환호성은 터져 나오지 않았다. 대신,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강물처럼 흘렀다. 누군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로 향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마시는 물일지도 몰랐다.

바로 그때, 기능 동결까지 남았던 카운트다운 시계가 ‘00:00:00’으로 바뀌며 멈췄다. 크롬 113의 문은 닫혔다. 그리고 그 안에는 WebGPU라는 새로운 심장이 안전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드미트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모니터 옆에 붙여 두었던 ‘113’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초조한 목표가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그와 그의 팀이 함께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의 증표가 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크롬 113은 아직 개발자 채널과 베타 채널을 거쳐, 몇 주 뒤에야 일반 사용자들에게 정식으로 배포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관문은 통과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은 끝났다. 이제 곧 세상은 알게 될 것이다.
웹의 새로운 새벽이, 마침내 밝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