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세계, 모바일과 벽의 정원
제76화
발행일: 2025년 07월 06일
알렉스는 다섯 번째 연대기를 통해, 광고 기술의 역사를 뒤흔든 가장 거대한 지각 변동, ‘모바일 혁명’과 그로 인해 파생된 ‘페이스북과의 전쟁’을 다루었다. 그는 이 장을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이라는 다소 비장한 제목으로 시작했다.
<제5장: 판이 뒤집히다 - 모바일 혁명과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우리는 데스크톱 웹이라는 익숙한 왕국에서 성벽을 높이 쌓고, 규칙을 정비하며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성 안의 질서에 집중하는 동안, 세상의 사람들은 배를 타고 완전히 새로운 대륙으로 이주하고 있었다. 그 대륙의 이름은 ‘모바일’이었다.”
그는 모바일 혁명이 왜 그토록 파괴적이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했다. 핵심은 모든 것의 기반이었던 ‘쿠키’의 무력화였다.
“모바일의 세계는 ‘웹 브라우저’라는 단일한 통로가 아닌, 수많은 ‘앱(App)’이라는 독립된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페이스북 앱, 유튜브 앱, 언론사 앱… 이 섬들 사이에는 쿠키가 건너갈 수 없는 깊은 바다가 흘렀다. 우리가 10년간 갈고닦았던 사용자 추적 기술과 리타겟팅, DMP는 이 새로운 세계에서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알렉스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구글과 애플이 어떻게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냈는지를 이야기했다. 바로 모바일 운영체제(OS) 수준에서 제공되는 광고 전용 익명 식별자, ADID(안드로이드)와 IDFA(iOS)였다. 그는 이 새로운 ‘모바일 신분증’이 어떻게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통제권을 보장하면서도(언제든 초기화 및 차단 가능), 앱 생태계에서 사용자 식별을 가능하게 했는지 그 원리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이 모바일 시대의 도래가, 새로운 제국의 탄생을 이끌었다고 서술했다.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모바일 혁명은 페이스북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사람들은 이제 PC 앞에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일상을 페이스북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이 거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철학의 광고 제국을 건설했다.”
알렉스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차이를 ‘공공 광장’과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이라는 개념으로 명확하게 대비시켰다.
- 구글 (공공 광장): 개방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트너(DSP, SSP)들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데이터는 익명화된 형태로 파트너들과 공유되기도 한다.
- 페이스북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폐쇄성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소셜 데이터를 절대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 모든 광고 집행과 분석은 자신들의 통제하에 있는 벽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그는 이 두 철학의 충돌이 어떻게 ‘데이터 전쟁’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했다. 광고주들은 양쪽 플랫폼에 모두 돈을 쓰면서도, 사용자의 전체 여정을 통합해서 볼 수 없는 ‘기여도 측정(Attribution)’의 문제에 부딪혔다. 구글은 이에 맞서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을 투명하게 분석해주는 ‘구글 어트리뷰션’ 같은 도구를 개발해야만 했다.
글의 마지막에서, 알렉스는 이 치열했던 경쟁이 팀에게 남긴 교훈을 공유했다.
“페이스북과의 경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개방성’이라는 우리의 철학이 과연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데이터가 얼마나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만 했다. 또한, 우리가 가지지 못한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의 제3자 데이터 회사들과 ‘동맹’을 맺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또 다른 거대한 그림자, 즉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장에서는, 기술의 힘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묻게 된 결정적 사건, GDPR의 등장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이 포스팅은 특히 전략이나 사업 개발 부서의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쟁을 이렇게 명확한 철학의 차이로 설명해주니, 시장의 전체 구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Walled Garden 개념, 정말 와닿네요. 우리가 왜 그렇게 투명성과 데이터 통합을 강조해왔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ADID와 IDFA가 쿠키의 대안으로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정말 유익했습니다.”
알렉스의 연대기는 이제 회사의 기술적 역사를 넘어, 실리콘밸리를 양분한 두 거대 기업의 경쟁 전략과 철학의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아카이브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