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와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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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08일

애드위크 기조연설은 대성공이었다. 알렉스는 명실상부한 업계의 리더로 인정받았고, 구글의 주가는 상승했으며, ‘차세대 광고 플랫폼 팀’은 회사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직이 되었다.

뉴욕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늦은 저녁, 알렉스는 호텔 바로 돌아가기 전, 잠시 센트럴파크의 벤치에 앉아 맨해튼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조용히 울렸다.

발신자는 ‘사라 킴’이었다.

사라는 몇 년 전, 광고팀을 떠나 구글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은 총괄 디렉터로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알렉스가 리더가 된 이후로는 바쁜 일정 탓에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다.

“여보세요, 사라?”

“알렉스. 나야. 뉴욕에서의 연설, 스트리밍으로 전부 봤어. 정말 대단하더군. 내가 알던 그 어리숙한 신입사원이 맞나 싶더라.”

사라의 목소리에는 따뜻한 웃음과 진심 어린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고마워요, 사라. 전부 사라 덕분이에요. 사라가 아니었다면 전 아직도…”

“아니. 그건 자네의 힘이야.” 사라는 그의 말을 잘랐다. “나는 그저 문을 열어줬을 뿐, 그 문을 통과해서 여기까지 온 건 온전히 자네 자신이야.”

잠시의 침묵 후, 사라가 물었다.
“그래서, 이제 업계의 거물이 된 소감은 어떤가?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 말이야.”

알렉스는 피식 웃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고, 외로워요. 제가 쓴 글과 말이 제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아요. 제가 정말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매일 밤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그것은 그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진심이었다.

사라의 목소리가 조금 더 진지해졌다.
“알렉스, 내가 처음 자네를 만났을 때를 기억하나? 자네는 ‘삽입 주문서’라는 돌도끼를 보고 진심으로 경악했지. 그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 그게 자네가 가진 가장 큰 재능이었어. 그리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

“자네의 연설이 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는지 아나? 그건 자네가 단순히 기술을 나열한 게 아니라, 그 기술이 ‘왜’ 필요했는지를, 그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거기서 진정성을 본 거야.”

그녀는 말을 이었다.
“리더의 길은 원래 외로운 법이야. 하지만 잊지 마. 자네는 혼자가 아니야. 자네 곁에는 데이비드도 있고, 자네를 믿고 따르는 훌륭한 팀원들도 있잖아.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나한테 전화해서 투덜거려도 괜찮고.”

사라의 따뜻한 말에, 알렉스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멘토였고, 가장 깊은 곳의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라, 요즘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어요? 클라우드의 세계는 어떤가요?” 알렉스가 물었다.

“여기도 전쟁터지.” 사라가 웃으며 말했다. “광고의 세계가 쿠키 너머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는 클라우드의 다음 시대를 고민하고 있어. 모든 기업이 AI를 사용하는 시대, 데이터가 폭발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지. 결국 문제의 본질은 비슷해. 기술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한 도전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했다. 광고와 클라우드. 분야는 달랐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미래의 방향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통화를 끊고, 알렉스는 다시 맨해튼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며, 다른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동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그는 깨달았다. 리더십이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기댈 줄 아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이제 새로운 힘을 얻어, 자신의 팀이 기다리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