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연구와 신학, 안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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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6일

연속체 가설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학계의 냉대와 크로네커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리던 칸토르. 그의 정신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증의 그림자는 그의 삶을 깊이 잠식해 들어갔다. 한때 수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불타올랐던 그의 영혼은 점차 지쳐갔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칸토르는 수학 연구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분야에서 정신적인 안식과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 했다. 그의 관심은 뜻밖에도 문학과 철학, 그리고 그의 오랜 신앙이었던 신학으로 향했다.

특히 그를 매료시킨 것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였다. 칸토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탐독하며 그 안에 담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언어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단순한 문학 감상을 넘어, 당시 유행하던 ‘셰익스피어 저자 논쟁’이라는 기묘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셰익스피어 저자 논쟁’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시들이 과연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출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한 개인에 의해 쓰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인물, 혹은 여러 인물들의 공동 작업의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논쟁이었다. 당시 많은 학자들과 지식인들이 이 논쟁에 참여했고, 다양한 후보자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짜 저자’로 거론되었다.

칸토르는 이 논쟁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라는 철학자이자 정치가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실제 저자라는 주장에 강하게 매료되었다. 베이컨은 당대의 석학이었으며, 그의 방대한 지식과 철학적 사유가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 녹아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다.

칸토르는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듯,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베이컨의 저작들을 비교 분석하며 그 연관성을 찾으려 애썼다. 그는 작품 속에 숨겨진 암호나 상징들을 찾아내려 했고, 이를 통해 베이컨이 저자임을 증명하려 했다. 이러한 연구는 그에게 수학 연구와는 다른 종류의 지적 유희를 제공했고, 잠시나마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그는 이 주제에 관한 소책자를 출판하기도 했으며, 셰익스피어 학회에 자신의 주장을 열정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칸토르가 수학에서의 좌절감을 문학 연구라는 엉뚱한 분야에서 해소하려 한다고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칸토르에게는 이것 또한 진리를 탐구하는 하나의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 연구와 더불어, 칸토르는 신학과 철학에도 깊이 몰두했다. 그는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으며, 자신의 수학적 발견, 특히 무한에 대한 탐구가 신의 창조물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는 아우구스티누스나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중세 신학자들의 저작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그들의 사상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에게 무한은 단순한 수학적 개념을 넘어선, 신의 속성이자 창조의 본질과 연결된 심오한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초한수’ 이론이 신적인 무한의 다양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신의 위대함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신학적, 철학적 사유는 그에게 어느 정도의 정신적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수학계의 냉혹한 현실과 달리, 신앙의 세계는 그에게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의 고통과 고독을 신앙을 통해 극복하려 했고, 자신의 연구가 궁극적으로는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이러한 다른 분야로의 관심이 그의 근본적인 고통을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수학에 대한 미련과 풀리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암호를 푸는 것보다, 연속체 가설의 증명이 그에게는 훨씬 더 절실한 과제였다.

칸토르가 문학과 신학에서 안식을 찾으려 했던 것은, 어쩌면 무한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홀로 항해하다 지쳐버린 탐험가가 잠시 뭍에 내려 숨을 고르는 모습과도 같았다. 그는 그곳에서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항해를 계속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돌아가야 할 수학의 바다는 여전히 거칠었고, 그의 배는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의 정신은 여전히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수학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역설적으로 수학에 대한 그의 집착은 더욱 강해지는 듯했다. 그의 영혼은 안식을 갈망했지만,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와 아이디어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은 또다시 그를 격렬한 논쟁과 고통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여정은 결코 평탄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