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크 칸토르. 그는 무한이라는 미지의 바다에 홀로 돛을 올린 고독한 항해사였다. 그의 여정은 험난했고, 때로는 절망의 폭풍우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는 결국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여 인류 지성의 지평을 넓혔다. 그가 남긴 집합론이라는 유산은 현대 수학의 근간을 이루는 강력한 토대가 되었고, 그가 던졌던 질문들은 여전히 수많은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주며 새로운 탐험을 이끌고 있다.
칸토르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무한에도 크기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그 크기들 사이에 계층 구조가 존재함을 밝혀낸 것이다. 그는 셀 수 있는 무한 ℵ₀와 셀 수 없는 무한 c를 구분했고, 멱집합 연산을 통해 끊임없이 더 큰 무한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였다. 이것은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별들의 세계를 발견한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의 발견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이론은 더 많고 더 깊은 질문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 질문들 중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수학자들을 괴롭히는 난제로 남아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연속체 가설(Continuum Hypothesis)’이다. ℵ₀와 c 사이에 또 다른 무한 기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즉 c = ℵ₁이라는 칸토르의 강력한 믿음. 그는 평생 이 가설을 증명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훗날 괴델과 코언에 의해 이 가설은 ZFC 공리계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수학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문제를 안겨주었다. 우리는 연속체 가설을 참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거짓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혹은 ZFC 공리계에 새로운 공리를 추가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공리를 추가해야 할까? 이 질문들은 여전히 집합론 연구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연속체 가설을 일반화한 ‘일반화된 연속체 가설(Generalized Continuum Hypothesis, GCH)’도 있다. 이것은 모든 초한서수 α에 대해, 2ℵα = ℵα+1 이라는 주장이다. 즉, 어떤 무한 기수의 멱집합의 크기는 바로 그 다음으로 큰 알레프 수와 같다는 것이다. GCH 역시 ZFC로부터 독립적임이 알려져 있다.
칸토르가 탐험했던 초한수의 세계 역시 끝나지 않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거대 기수(large cardinals)’라고 불리는 매우 큰 초한기수들의 존재와 성질에 대한 연구는 현대 집합론의 중요한 한 분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거대 기수들은 ZFC 공리계의 힘을 넘어서는 강력한 존재를 가정하며, 그 존재 여부는 집합론적 우주의 구조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질문들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측정 불가능한 기수(inaccessible cardinal)’, ‘마알로 기수(Mahlo cardinal)’, ‘약콤팩트 기수(weakly compact cardinal)’ 등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이 날 만큼 거대한 무한들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결정 공리(Axiom of Determinacy, AD)’와 같은, 선택공리와는 양립할 수 없지만 특정 수학적 상황에서는 매우 유용한 결과를 낳는 새로운 공리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떤 공리 체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학적 우주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수학적 진리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안겨준다.
칸토르가 열어젖힌 무한의 세계는 이처럼 아직도 탐험할 영역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는 미지의 땅과 같다. 그의 후예들은 그가 남긴 지도를 들고 더욱 깊고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와 역설, 그리고 놀라운 발견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집합론은 더 이상 칸토르 시대의 논란 많던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수학의 모든 분야에 스며들어 있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이며,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의 계산 가능성 이론, 데이터베이스 이론, 인공지능 연구 등에서도 집합론적인 아이디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칸토르는 우리에게 무한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유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주었다. 그의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그가 남긴 지적 유산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값진 선물 중 하나이다. 그는 우리에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그 질문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새로운 세대의 탐험가들을 미지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칸토르의 여정은 끝났지만, 그가 시작한 무한을 향한 탐험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의 이름은 수학의 역사에 영원히 새겨져,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일 것이다. “보라, 저 너머에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무한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용기를 내어 그 문을 열어보라!” 그의 목소리는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