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ustand, 안정된 왕국과 그림자
제1화
발행일: 2025년 05월 16일
Zustand. 그 이름은 이제 React 생태계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있었다. 다이시 카토가 Context API의 벽 앞에서 느꼈던 좌절과 고뇌 끝에 탄생시킨 이 작은 라이브러리는, 어느새 수많은 개발자들의 사랑을 받는 거대한 왕국을 건설했다.
GitHub 저장소의 스타(Star) 개수는 눈부시게 치솟았고, npm 다운로드 수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슈 트래커는 활발한 커뮤니티의 열기로 가득했고, ‘간결함’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카토 상, 당신 덕분에 Redux의 악몽에서 벗어났습니다!”
“Zustand 없는 React 개발은 상상할 수 없어요!”
쏟아지는 감사 메시지와 존경의 시선 속에서, 카토는 분명 깊은 보람과 만족감을 느꼈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해결한 코드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다는 사실. 개발자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그는 자신이 건설한 안정된 왕국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었다.
성공의 단맛에 취해있을 법도 한데,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어떤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완벽하게 조율된 오케스트라 연주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거슬리는 불협화음을 홀로 감지한 지휘자처럼.
계기는 그가 메인테이너로서 살펴보게 된 다양한 Zustand 사용 사례들이었다. 특히, 수백, 수천 개의 컴포넌트로 이루어진 거대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이나, 마이크로 프론트엔드처럼 극도로 모듈화된 아키텍처에서 Zustand가 활용되는 방식을 보면서, 그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Zustand는 분명 강력해. 하지만… 이게 모든 상황에서 최선일까?’
문제는 Zustand 자체의 결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성공의 기반이었던 철학, ‘하나의 큰 스토어(Single Large Store)’를 두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구독(Selective Subscription)’하는 방식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거대한 창고에 모든 물건을 보관하고, 필요한 물건만 정확히 찾아오는 시스템. 대부분의 경우에는 효율적이고 훌륭했다. 하지만 창고가 너무 거대해지고, 서로 다른 팀이나 모듈이 그 창고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관리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모습이 보였다.
특정 모듈에서만 사용하는 상태 조각들이 전역 스토어에 뒤섞여 있고, 상태를 정의하는 코드와 실제로 사용하는 컴포넌트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들. 코드 스플리팅(Code Splitt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에서는, 사용하지도 않을 상태 로직까지 초기 번들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건… 마치 거대한 제국이 너무 비대해져서 변방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군.’
카토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Zustand는 분명 Context의 문제를 해결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더 나은 방식’이었을 뿐, 상태 관리라는 문제의 ‘궁극적인 해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탐구적인 뇌는 다시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작동한다’를 넘어, 더 근본적으로 ‘우아한’ 방식은 없을까? 상태 관리의 복잡성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는 없을까? 궁극의 간결함과 모듈성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때, 먼지 쌓인 기억의 서랍 속에서, Zustand 개발 막바지에 잠시 스쳐 지나갔던 아이디어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상태를 거대한 덩어리가 아닌,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 마치 물질의 근원인 ‘원자(Atom)’처럼 다루는 것.
‘상태 그 자체가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것… 마치 스스로 빛나는 작은 별들처럼.’
아직은 희미하고 불확실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는 카토의 마음속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Zustand라는 안정된 왕국에 드리워진 작은 그림자. 어쩌면 그 그림자 속에 상태 관리의 새로운 미래가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다.
카토의 눈빛이 다시 한번 깊어졌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그의 탐구 정신은, 이미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돛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정된 왕국의 그림자 속에서, 그는 상태의 가장 근원적인 본질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예감하고 있었다. 다이시 카토의 두 번째 모험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