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동지
제15화
발행일: 2025년 04월 30일
리액트(React). 그 이름은 이제 단순한 코드 네임을 넘어, 페이스북 웹 개발팀 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는 단어가 되었다. 타입어헤드 성능 테스트의 압도적인 결과는 가장 완고했던 회의론자들의 입에도 재갈을 물렸고, 조던 워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전과 다른 종류의 무게감이 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음장 같던 회의실의 공기가 미지근하게 데워졌듯, 조던의 외로운 싸움에도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바로 '동료'의 등장이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피트 헌트(Pete Hunt)라는 이름의 젊고 총명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조던처럼 스파게티 코드의 지옥에서 신음하면서도,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을 갈망하던 부류였다. 특히 그는 페이스북의 복잡한 댓글 시스템 UI를 개선하는 작업을 맡고 있었는데, 실시간 업데이트와 중첩된 구조, 다양한 상태 관리의 복잡성 때문에 매일 밤 야근과 씨름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이놈의 상태 동기화는 왜 이렇게 꼬이는 거야!"
어느 날, 피트가 자신의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신음하는 소리를 조던이 들었다. 슬쩍 그의 화면을 엿보니, 역시나 제이쿼리와 복잡한 콜백 함수들이 뒤엉켜 난해한 춤을 추고 있었다.
조던은 잠시 망설였다. 또다시 '새로운 기술 전도사'처럼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동료의 고통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피트, 혹시… 제가 요즘 작업하고 있는 '리액트'라는 걸 한번 보시겠어요? 상태 관리를 좀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피트는 잔뜩 지친 눈으로 조던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또 뭐야?' 하는 의구심이 살짝 스쳤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조던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리액트의 핵심 개념과 LikeButton
컴포넌트, 그리고 타입어헤드 구현 코드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가상 DOM의 원리, 컴포넌트 기반 개발, 단방향 데이터 흐름… 피트는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소한 개념들을 따라가려 애썼다. 특히 HTML 안에 자바스크립트 코드가 섞인 듯한 JSX 문법에는 잠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설명이 상태 관리 부분으로 넘어가자, 피트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리액트의 상태 관리 (간단 예시)
function CommentItem({ commentData }) {
const [isEditing, setIsEditing] = useState(false); // 댓글 수정 상태
const [editedText, setEditedText] = useState(commentData.text); // 수정 내용
// 상태에 따라 다른 UI를 '선언적으로' 보여준다!
return (
<div className="comment">
{isEditing ? <textarea value={editedText} onChange={(e) => setEditedText(e.target.value)} /> : <p>{commentData.text}</p>}
<button onClick={() => setIsEditing(!isEditing)}>{isEditing ? '저장' : '수정'}</button>
{/* ... (삭제 버튼, 좋아요 버튼 등 다른 컴포넌트) ... */}
</div>
);
}
"잠깐만요, 조던. 그럼… 상태(isEditing
, editedText
)가 변하면… 이 CommentItem
컴포넌트는 그냥 알아서 다시 그려지는 건가요? DOM을 직접 찾아서 내용을 바꾸거나 할 필요 없이?"
"네, 맞습니다. 리액트가 가상 DOM을 통해 변경된 부분만 효율적으로 업데이트해주죠. 개발자는 그저 현재 상태에 맞는 UI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만 선언하면 됩니다."
피트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복잡했던 댓글 수정 로직이 리액트의 방식으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직접 DOM을 조작하고, 상태를 일일이 동기화하고, 예외 케이스를 처리하던 지저분한 코드들이 사라지고, 명확한 상태와 그 상태를 반영하는 UI 구조만이 남는 그림.
"이거… 이거 굉장한데요?" 피트의 목소리에 흥분이 실리기 시작했다. "복잡성이… 엄청나게 줄어들어요! 상태 변화를 추적하기가 훨씬 쉬워지겠어요!"
그날 이후, 피트는 조던의 첫 번째 '사도'이자 든든한 '동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개인 시간을 쪼개 리액트를 학습하고, 실제 댓글 시스템의 일부를 리액트로 재작성해보는 실험을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과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혔지만, 그때마다 조던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아 나갔다.
두 사람의 협업은 리액트 프로젝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조던 혼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피트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발견되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해져 리액트는 더욱 견고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가상 DOM 비교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해졌고, 컴포넌트 API는 개발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로 다듬어졌다.
더 이상 조던은 외로운 혁명가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그의 비전을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동료가 있었다. 비록 아직 소수였지만, 이 작은 불씨는 머지않아 더 큰 불길로 번져나갈 잠재력을 품고 있었다.
물론,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리액트가 공식적인 지위를 얻고 더 넓은 지지를 얻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회의론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했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던과 피트, 두 사람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들은 리액트가 단순한 기술적 개선을 넘어, 웹 개발의 미래를 바꿀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이제 그들의 다음 목표는, 이 믿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리액트가 페이스북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어쩌면… 페이스북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것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