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Conf EU 2013, 운명의 무대
제22화
발행일: 2025년 05월 03일
길고 길었던 설득과 논쟁의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페이스북 최고 경영진의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리액트를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
그 결정이 내려진 순간, 조던 워크는 잠시 숨을 멈췄다. 가슴 벅찬 환희와 함께, 어깨를 짓누르는 엄청난 무게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것은 단순한 코드 공개가 아니었다. 페이스북의 명운과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거대한 도박의 시작이었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세상에 리액트를 선보일 것인가였다. 어설픈 블로그 포스팅이나 조용한 코드 저장소 공개로는 부족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충격적인 데뷔 무대'가 필요했다.
"JSConf EU."
앤더슨 부사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JSConf EU(Europe).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전 세계 자바스크립트 개발자들이 주목하는 가장 권위 있고 뜨거운 컨퍼런스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리액트를 발표한다는 것은, 마치 무명의 신인 가수가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서 데뷔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2013년 베를린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입니다." 조던이 확인했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컨퍼런스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몇 달. 그 안에 리액트 코드를 최종적으로 다듬고, 공식 문서를 준비하고, 라이선스 문제를 마무리 짓고, 무엇보다… 전 세계 개발자들을 사로잡을 '결정적인 발표'를 준비해야 했다.
"발표는 누가 하지?" 앤더슨이 물었다.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조던에게 향했다. 리액트의 아버지. 그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조던은 잠시 망설였다. 그는 뛰어난 개발자였지만, 대중 앞에서 유창하게 발표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제가… 핵심 기술 부분을 설명하겠습니다. 하지만 전체 발표는 좀 더 경험 많은 사람이 이끌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추천으로, 페이스북 엔지니어링 매니저이자 뛰어난 커뮤니케이터였던 톰 오치노(Tom Occhino)가 발표의 전반부를 맡고, 조던이 후반부의 기술 데모와 핵심 개념 설명을 담당하기로 결정되었다. (실제 발표자와 역할은 다를 수 있음 - 극적 허용)
그날부터 발표 준비팀은 전쟁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작전 1: 코드 정제 및 문서화]
리액트 코드는 내부 사용을 넘어,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더욱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했다. 주석을 추가하고, API를 명확히 하고, 초기 학습을 도울 튜토리얼과 공식 문서를 밤낮으로 작성했다.
[작전 2: 발표 콘텐츠 제작]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가상 DOM', '컴포넌트 기반 UI', '단방향 데이터 흐름'… 당시로서는 생소하고 심지어는 이단적으로까지 느껴질 수 있는 개념들을 어떻게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
"너무 기술적으로만 파고들면 지루해질 겁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냥 또 다른 프레임워크 중 하나로 치부될 거예요."
"충격과 공감을 동시에 줘야 합니다. '저런 미친 생각을?' 하다가도, '어쩌면 저게 답일지도 몰라!' 하게 만들어야 해요."
발표 슬라이드는 수십 번씩 수정되었고, 데모 시나리오는 실제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처럼 수없이 연습했다. 특히 조던은 자신의 파트인 기술 데모에서 리액트의 강력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작전 3: 예상 Q&A 대비]
발표 후 쏟아질 날카로운 질문과 반론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했다. 성능 문제, 기존 프레임워크와의 비교, 러닝 커브, 플럭스 아키텍처의 필요성… 예상되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하고 내부적으로 '모의 Q&A 세션'까지 가졌다.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마침내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2013년 늦은 봄, 독일 베를린.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백 명의 자바스크립트 개발자들의 열기로 컨퍼런스 현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발표 당일. 조던과 톰은 무대 뒤에서 마지막으로 발표 내용을 점검하고 있었다. 톰은 베테랑답게 비교적 침착했지만, 조던의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만들어온 그의 창조물, 리액트의 운명이 잠시 후 이 무대 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긴장되나, 조던?" 톰이 조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
"…조금요." 조던은 마른 침을 삼켰다. "우리가 만든 게… 세상에 받아들여질까요?"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톰은 씩 웃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오늘 이후로, 웹 개발은 이전과 같지 않을 거라는 것. 자,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시간이야."
무대 위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조던과 톰은 마침내 수백 명의 개발자들이 지켜보는 밝은 조명 아래로 나아갔다. 화면에는 'React: Rethinking best practices'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리액트의 첫 번째 공식 데뷔 무대. 그 서막이 마침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