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트레이드오프: 프록시는 만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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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30일

깊은 구조와 배열의 함정을 돌파한 다이시 카토의 코드는 이제 제법 견고해 보였다. state.user.address.city = '...'state.posts.push(...) 같은 직관적인 코드가 React 컴포넌트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지는 마법. 그는 잠시 승리감에 도취될 뻔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의심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 마치 화려한 축제 뒤에 남는 공허함처럼, 기술적인 우아함 뒤에는 언제나 성능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음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Proxy… 정말 괜찮을까?"

Proxy 객체는 분명 강력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객체에 대한 모든 접근과 변경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따른다. 일반 자바스크립트 객체에 직접 접근하는 것보다 Proxy를 통하는 것은, 아무리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도, 미세한 오버헤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 차이가 거의 무시할 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수천, 수만 개의 속성을 가진 거대한 상태 객체를 다룬다면?"
"실시간 게임처럼, 초당 수백, 수천 번의 상태 업데이트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환경이라면?"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Valtio의 Proxy 기반 접근 방식이 버텨낼 수 있을까? 개발 편의성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성능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Zustand나 Jotai가 채택한 명시적인 업데이트 방식(함수 호출, Immer 사용 등)이 이런 고성능 시나리오에서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는 더 이상 추측에만 머무를 수 없었다. 직접 부딪혀 확인해야 했다. 성능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벽의 높이를 직접 재봐야 했다.

"결국… 숫자로 증명해야지."

그는 결전의 날을 맞이하는 장수처럼 비장하게 벤치마크 환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1. 단순 속성 접근 및 변경: 거대한 객체에서 특정 속성을 반복적으로 읽고 쓰는 테스트. (일반 객체 vs Proxy 객체)
  2. 빈번한 상태 업데이트: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상태 변경을 발생시키는 테스트. (Valtio 방식 vs Zustand 방식 vs Jotai/Immer 방식)
  3. 스냅샷 생성 비용: 복잡하고 깊은 구조의 상태 객체에 대한 스냅샷 생성 시간 측정.

그는 꼼꼼하게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고, 브라우저의 성능 측정 도구를 열었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벤치마크 스크립트를 실행했다. 수많은 숫자들이 화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의 눈은 날카롭게 그 숫자들의 의미를 쫓았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Proxy 객체는 일반 객체에 비해 분명 미세한 성능 오버헤드를 보였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 차이가 거의 무의미했지만, 극도로 빈번한 접근이나 변경이 발생하는 특정 시나리오에서는 그 차이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스냅샷 생성 역시, 상태 객체가 크고 복잡해질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역시… 만능은 아니었어."

카토는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실망감보다는 오히려 명확해진 현실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Valtio는 마법의 은탄환(Silver Bullet)이 아니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열쇠가 아니었다.

개발 편의성이라는 눈부신 장점 뒤에는, 성능이라는 이름의 트레이드오프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는 이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사용자들에게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Valtio가 모든 상황에 최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상황, 즉 개발 생산성과 코드의 직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상태 업데이트 빈도나 상태 객체의 크기가 극한 수준이 아닌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그 성능 오버헤드가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야. 그리고… 선택의 문제지."

그는 벤치마크 결과를 정리하며 생각했다. Valtio는 Zustand나 Jotai의 완벽한 대체재가 아니라, 개발자에게 또 다른 강력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도구였다. 개발자는 자신의 프로젝트 요구사항과 팀의 선호도, 그리고 성능과 개발 편의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했다.

Valtio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함으로써, 오히려 Valtio만의 강점과 적합한 사용처가 더욱 뚜렷해졌다. 그는 이제 성능이라는 관문을 넘어, 다시 한번 Valtio의 본질적인 '느낌', 즉 Zustand, Jotai와 비교했을 때 개발자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지에 대해 깊이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 개의 라이브러리, 세 개의 철학. 그 미묘한 차이를 그는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