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정원, 세 개의 철학: 궁극의 균형 찾기
제18화
발행일: 2025년 06월 03일
다이시 카토의 모니터는 세 개의 각기 다른 우주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왼쪽에는 Zustand의 간결한 이슈 트래커, 중앙에는 Jotai의 아톰 조합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 스레드, 오른쪽에는 Valtio의 Proxy 내부 동작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번뜩이는 Pull Request가 열려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바쁘게 오갔지만, 그의 정신은 그보다 더 격렬하게 세 개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Zustand, Jotai, 그리고 Valtio.
그가 낳은 세 개의 아이들은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세 개의 라이브러리를 동시에 책임지고 이끌어간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이건… 이건 마치 세 개의 정원을 동시에 가꾸는 것과 같군."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 Zustand 정원: 잘 정돈되고 예측 가능한 정원. 최소한의 관리로도 안정적인 수확을 보장하지만, 때로는 그 규격화된 틀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곳의 방문객들은 단순함과 안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 Jotai 정원: 모듈화된 화단들이 정교하게 연결된 정원. 각 화단(아톰)은 독립적으로 관리되지만,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서는 세심한 설계와 관리가 필요했다. 이곳의 방문객들은 유연성과 조합의 미학을 즐겼다.
- Valtio 정원: 야생의 매력이 살아 숨 쉬는 정원. Proxy라는 마법적인 토양 위에서 식물들은 놀라운 생명력으로 자라났지만(직관적 변경), 때로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성능, 복잡성 함정)에 대비해야 했다. 이곳의 방문객들은 자유분방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문제는 이 세 정원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방문객들의 성향이 너무나도 달랐다는 점이다. Zustand의 관점에서 Jotai를 바라보면 불필요하게 복잡해 보였고, Valtio의 시각으로 Zustand를 보면 답답할 정도로 제약이 많아 보였다. Jotai의 섬세함을 유지하면서 Valtio의 대담함을 추구하는 것은 마치 물과 불을 동시에 다루는 것과 같았다.
극한의 컨텍스트 스위칭(Extreme Context Switching).
그의 뇌는 끊임없이 기어를 바꿔야 했다. Zustand의 이슈를 처리할 때는 미니멀리즘과 간결성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Jotai의 PR을 리뷰할 때는 아톰의 독립성과 조합 가능성, 그리고 불필요한 리렌더링 방지에 집중했다. Valtio 커뮤니티와 소통할 때는 Proxy의 내부 동작과 스냅샷의 의미, 그리고 '직관적인 변경'이라는 핵심 철학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했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한 라이브러리의 개념을 다른 라이브러리에 적용하려다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크윽… 정신없군."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그의 내면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세 개의 각기 다른 렌즈를 통해 상태 관리라는 거대한 산을 바라보게 되면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 집중 관리의 장단점, 아토믹 분산 관리의 힘과 한계, 프록시 기반 직접 변경의 매력과 위험성. 이 모든 것을 이론이 아닌, 실제 코드를 작성하고 커뮤니티와 부딪히며 온몸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상태 관리라는 문제 자체에 대한 그의 이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지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 세 개의 라이브러리는 서로 경쟁하는 적이 아니라, 상태 관리라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로 다른 접근법, 즉 스펙트럼 위의 각기 다른 지점들이라는 것을. 완벽한 하나의 정답은 없으며,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할 뿐이었다.
"균형… 그래, 균형을 찾아야 해."
그는 더 이상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려 하지 않았다. 각 라이브러리의 로드맵을 명확히 정의하고, 커뮤니티의 핵심 기여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기 시작했다. valtio/utils
의 켄지처럼, 각 정원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애정을 가진 이들에게 관리의 일부를 맡겼다. 위임과 신뢰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했다.
그는 각 커뮤니티의 특성에 맞춰 소통 방식도 달리했다. Zustand 커뮤니티에는 안정적인 업데이트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고, Jotai 커뮤니티와는 좀 더 깊이 있는 아키텍처 토론을 즐겼으며, Valtio 커뮤니티에는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격려하고 Proxy 기술의 최신 동향을 공유했다.
세 개의 정원을 동시에 가꾸는 것은 여전히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는 법을,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었다. 세 개의 다른 철학을 넘나드는 이 극한의 경험은, 다이시 카토를 단순히 뛰어난 개발자를 넘어, 상태 관리라는 분야 전체를 조망하는 현명한 설계자이자 리더로 성장시키고 있었다. 그의 세 개의 정원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