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조력자, 유명 개발자의 샤라웃
제16화
발행일: 2025년 05월 13일
Zustand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서, 다이시 카토는 다시 코드와 커뮤니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슈 트래커를 관리하고, 작은 개선 사항들을 반영하며, 사용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일상. 때로는 밀려드는 요구사항과 버그 리포트에 지치기도 했지만, 자신의 창조물이 세상에 조금씩 뿌리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분명 보람찬 일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한 거겠지.’
그는 소박한 만족감을 느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Zustand가 세상을 뒤흔들 혁명적인 라이브러리가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던 개발자들에게 작은 위안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오후였다.
“카토 상! 카토 상! 이거 봤어요?!”
갑자기 동료 개발자 유미가 흥분한 목소리로 그의 자리로 달려왔다. 평소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관심이 많던 그녀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손에 들린 태블릿 화면에는 어떤 블로그 포스트가 띄워져 있었다.
“뭔데요, 유미 상? 그렇게 호들갑을.”
카토는 의아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화면 상단에는 큼지막한 제목과 함께, 낯익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알렉스 모건(Alex Morgan)의 Tech Log: React 상태 관리의 새로운 희망, Zustand를 만나다’
“알렉스… 모건?”
카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렉스 모건. React 생태계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개발자는 거의 없었다. 수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핵심 라이브러리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적인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도맡아 하는, 그야말로 ‘구루(Guru)’급 개발자. 그의 블로그 포스트 하나, 트윗 한 줄은 전 세계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알렉스 모건이… Zustand를?’
믿을 수 없었다. 카토는 숨을 잠시 멈추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하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알렉스 모건은 특유의 통찰력 있고 명료한 문체로 최근 자신이 겪었던 React 상태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Zustand를 발견했다고 했다.
“… 처음에는 의심했다. 이토록 간단한 API가 어떻게 그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직접 사용해본 순간,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필요한 보일러플레이트는 사라졌고, 성능은 놀랍도록 향상되었다. 특히 ‘선택적 구독’이라는 아이디어는 React 상태 관리의 고질적인 문제를 우아하게 해결하는 핵심 열쇠였다…”
그는 Zustand의 간결함, 뛰어난 성능, 그리고 ‘Unopinionated’ 철학을 극찬했다. Redux와의 비교 논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Zustand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 대안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 Zustand는 모든 것을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개발자에게 자유를 준다. 작고 날카로운 도구. 이것이야말로 현대 프론트엔드 개발에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나는 다이시 카토라는 개발자가 만들어낸 이 작은 보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분명 우리가 React 상태 관리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글의 마지막에는 최근 참여했던 대규모 컨퍼런스에서 Zustand를 간략하게 소개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
카토는 글을 다 읽고도 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응시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듯한 느낌. 꿈인가? 볼을 꼬집어봐야 하나?
“카토 상! 정신 차려요! 이거 진짜 대박이에요!”
유미의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자, 자, 이것도 보세요!”
유미는 그의 노트북을 가리켰다. 화면에는 GitHub 알림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 [알림] alexmorgan starred your repository zustand
- [알림] developerXYZ starred your repository zustand
- [알림] reactGuru starred your repository zustand
- (수십 개의 새로운 스타 알림…)
Zustand 저장소의 스타(Star) 개수가 실시간으로 치솟고 있었다. 100개, 200개, 500개… 숫자가 멈추지 않고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게임 속 점수판 같았다. npm 다운로드 수치 그래프 역시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트위터에서는 ‘#zustand’ 태그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카토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알렉스 모건의 ‘샤라웃(Shout-out)’ 하나가 가져온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동안 커뮤니티에서 조금씩 쌓아 올렸던 인지도가, 단 몇 시간 만에 폭발적으로 증폭된 것이다!
여기저기서 동료들이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켄지조차도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카토 상, 자네… 정말 큰일을 해냈군.”
카토는 그저 얼떨떨하게 웃을 뿐이었다. 기쁨과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엄청난 책임감이 밀려왔다. 세계적인 개발자의 인정. 그것은 더 이상 작은 라이브러리가 아니라는 선언과 같았다. 이제 Zustand는 수많은 개발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될 터였다.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카토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뜻밖의 조력자가 나타나 그의 작은 배를 거대한 함선으로 바꿔놓았다. 이제 이 함선을 어디로 이끌고 가야 할까? 그의 어깨에 놓인 무게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지만, 동시에 가슴 속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Zustand의 여정은 이제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항로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