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컴포넌트라는 개념적 돌파구와 두 세계를 잇는 비대칭적 규칙. 핵심적인 설계 원칙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자, 뜨거웠던 회의실의 공기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제 팀원들의 얼굴에는 초기 발견의 흥분 대신, 거대한 청사진을 완성해야 하는 엔지니어의 냉철한 책임감이 감돌았다.
앤드류 클라크는 팀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집대성한 다이어그램을 화면에 띄웠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단순히 ‘서버에서 렌더링하는 컴포넌트’를 하나 추가하는 게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것은 React의 철학 자체를 재정의하는 일입니다. 번들 사이즈, 네트워크 폭포수, 하이드레이션 병목, 그리고 뒤엉킨 상태 관리까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역할 분담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버 컴포넌트는 그 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첫 번째 열쇠일 뿐입니다.”
그의 말처럼, 서버 컴포넌트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모든 해결책의 시작점이었다.
서버 컴포넌트가 도입되면,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상태는 자연스럽게 분리될 것이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서버에 데이터를 보내는 폼(Form) 제출은 어떻게 더 단순하게 만들 수 있을까? 데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끊김 없이 유지할 수 있을까?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야 할 새로운 훅(Hook)과 API들이 퍼즐 조각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모든 조각이 맞춰졌을 때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그림, 즉 새로운 React 패러다임이 탄생할 터였다.
한 엔지니어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 모든 변화가 담길 다음 버전은… React 18.1이 되는 건가요?”
그 질문에 회의실의 모두가 앤드류를 바라보았다. 버전 숫자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변화의 크기와 방향성을 상징하는 팀의 공식적인 선언이었다. ‘18.1’은 기존 18 버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점진적인 개선을 의미했다.
앤드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건 점진적인 개선이 아닙니다.”
그는 화면 속의 다이어그램을 가리켰다.
“이것은 개발자들이 React를 생각하는 방식,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우리는 마이너 업데이트로는 이 변화의 무게를 담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합니다.”
그의 시선이 회의실의 모든 팀원을 차례로 훑었다. 그의 눈에는 이 거대한 도전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React 19’라고 부를 겁니다.”
‘React 19’.
그 이름이 선언된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웹 개발의 표준으로 군림해 온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React Core Team의 출사표였다.
React 19라는 이름에는 번들 사이즈에 대한 고민, 네트워크와의 싸움, 그리고 복잡성과의 지리한 전투를 끝내겠다는 그들의 비장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
길고 험난한 대장정이 이제 막 그 공식적인 이름을 얻었다. 그들은 지금, React의 역사를 새로 쓸 여정의 출발선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