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컴포넌트, 선택적 하이드레이션, 스트리밍 렌더링. React Core Team의 손안에서 혁신적인 개념들이 무르익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아직 메타 내부의 실험실에서만 존재하는 이론과 프로토타입에 불과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현실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가 사용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이 모든 걸 개발자가 직접 설정하게 만들 수는 없어.”
앤드류 클라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설정 파일들이 떠올랐다. 서버 환경 설정, 번들러 구성, 라우팅 시스템과의 통합… 서버 컴포넌트 하나를 쓰기 위해 개발자가 이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 구축해야 한다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터였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복잡성을 추상화하고, 개발자에게는 ‘그냥 쓰기만 하면 되는’ 경험을 제공해 줄 파트너가 필요해.”
그 순간, 회의실에 있는 모두의 머릿속에 한 이름이 떠올랐다. 바로 Vercel에서 만드는 Next.js였다.
Next.js는 이미 React 기반의 서버 사이드 렌더링(SSR)과 정적 사이트 생성(SSG) 분야에서 독보적인 프레임워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복잡한 서버-클라이언트 설정을 다루는 데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었다. React 팀이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Next.js 팀은 ‘그것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었다.
운명처럼, Vercel의 창업자이자 CEO인 기예르모 라우치(Guillermo Rauch)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역시 기존 SSR 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웹 애플리케이션의 성능과 개발자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릴 새로운 아키텍처를 갈망하고 있었다.
두 팀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메타와 Vercel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참여하는 화상 회의가 열렸다. React 팀은 그동안 비밀리에 개발해 온 서버 컴포넌트의 비전과 프로토타입을 공유했다. 제로 번들 사이즈, 네트워크 폭포수 해결, 스트리밍과 선택적 하이드레이션. 그들이 제시하는 미래상은 Next.js 팀에게 엄청난 충격과 영감을 주었다.
기예르모의 눈이 빛났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것입니다.”
그는 즉시 React 팀이 구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Next.js의 차세대 아키텍처가 되어야 함을 직감했다.
이 역사적인 만남을 계기로, 두 거인의 공식적인 협업이 시작되었다. React 팀은 서버 컴포넌트의 핵심 로직과 React 내부의 동작 방식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Next.js 팀은 이 새로운 개념을 기반으로 파일 기반 라우팅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데이터 캐싱 전략을 수립하며, 개발 서버와 빌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Next.js의 새로운 라우터, ‘App Router’는 서버 컴포넌트를 세상에 선보일 첫 번째 시험장이자 무대가 되기로 했다. 폴더 구조만으로 라우팅이 결정되고, 폴더 안의 컴포넌트는 기본적으로 서버 컴포넌트가 되는 직관적인 방식. 개발자는 복잡한 설정 없이도, 파일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 서버 컴포넌트의 모든 장점을 누릴 수 있게 될 터였다.
React Core Team은 이제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그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더 이상 실험실에 갇혀 있지 않게 되었다. 전 세계 수백만 개발자가 사용하는 거대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그들의 비전은 마침내 현실 세계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다. 이것은 단순한 협업이 아니었다. 웹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동맹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