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의 별난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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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8월 02일

1931년 가을, 앨런 튜링은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그곳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다.

킹스 칼리지의 학생들은 영국의 미래였다. 반듯한 정장에 왁스로 매끈하게 넘긴 머리, 그들의 대화는 고전과 철학, 그리고 위트 넘치는 농담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튜링은 잘못 배달된 소포 같은 존재였다.

그는 낡고 구겨진 재킷을 아무렇게나 걸쳤고, 대화 중에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으며, 손톱 밑에는 언제나 정체 모를 검은 때가 껴 있었다. 때로는 갑자기 대화에서 이탈해 알 수 없는 생각에 잠겼다가, 엉뚱한 질문을 던져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도 했다.

“자네들, 저 앨런 튜링이라는 친구 말이야. 머리는 좋다는데,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나?”
“오늘 아침엔 자기 머그잔을 라디에이터에 자전거 체인으로 묶어두더군. 누가 훔쳐 갈까 봐 그런다던데.”
“그 쇳소리 같은 웃음소리만 안 내면 좋겠어.”

동료 학생들의 수군거림은 튜링의 귀에 닿지 않았다. 아니, 닿았더라도 그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관심사는 사교나 평판 따위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달렸다.
이른 새벽, 안개가 자욱한 케임 강변을 따라 그는 미친 듯이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 근육이 비명을 지를 때, 역설적으로 그의 머릿속은 가장 맑아졌다.

‘뇌는 기계다.’

규칙적인 호흡과 함께 생각이 명료해졌다.

‘그렇다면 뇌의 작동 방식도 일련의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의 정신도 결국은 그 규칙들의 총합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규칙, 그 ‘생각의 알고리즘’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의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슬픔을 잊기 위한 도피도 아니었다. 그것은 복잡하게 얽힌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그만의 의식이었다.

강의실에서도 그의 기행은 이어졌다. 저명한 수학자 G. H. 하디의 해석학 강의 시간.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맹렬하게 필기했다. 그러나 튜링은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강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낙서를 끄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디 교수가 칠판에 복잡한 리만 제타 함수 관련 문제를 적고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강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케임브리지의 수재들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난제였다.

그때였다.

“저… 저기, 교수님.”

모두의 시선이 구석자리의 튜링에게 쏠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그 문제는… 그렇게 접근하면… 막다른 길에 이릅니다. 만약… 만약 함수를 특정 평면으로 매핑해서 위상적 특성을 먼저 고려하면… 훨씬 간단하게… 풀립니다.”

그의 설명은 끊어지는 듯했지만, 그 논리는 서늘할 정도로 명쾌했다. 하디 교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칠판의 수식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몇몇 총명한 학생들이 튜링의 말을 따라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허를 찌르는 접근법이었다. 마치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힘으로 풀려던 모두에게, 그저 실 한 가닥을 쓱 당겨 매듭 전체를 풀어버리는 법을 보여준 것 같았다.

강의가 끝난 후, 하디 교수는 튜링을 조용히 불렀다.

“튜링 군. 자네 노트 좀 볼 수 있겠나?”

튜링이 마지못해 내민 노트는 엉망진창이었다. 잉크가 번진 자국,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들, 화학 공식과 수학 증명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서 하디 교수는 몇 개의 보석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중앙 극한 정리에 대한 독창적인 증명법이었다. 이미 다른 수학자가 증명한 내용이었지만, 튜링은 그 사실을 모른 채 혼자만의 힘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증명해낸 것이다.

하디 교수는 노트를 돌려주며 튜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어색한 시선, 사회적으로 미숙한 이 청년의 두개골 안에는 의심할 여지없는 순수한 천재성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날 밤, 튜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낡은 책상에 앉았다. 낮에 있었던 일은 그의 마음에 어떠한 파문도 일으키지 않았다. 동료들의 놀라움이나 교수의 인정은 그에게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의 노트 첫 장에는 여전히 크리스토퍼 모컴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튜링은 사진을 잠시 들여다본 후, 다시 깨끗한 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 펜을 들어 단 하나의 단어를 적었다.

‘생각(Thinking).’

그의 진짜 질문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케임브리지의 별난 천재는 동료들이 푸는 수학 문제 너머, 인류 지성사 전체를 관통할 거대한 질문의 입구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