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 카페에서 울린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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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8월 04일

장면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Vienna)으로 옮겨간다. 예술과 철학, 그리고 혁명적인 사상이 들끓던 도시. 그 중심에는 ‘빈 학파(Vienna Circle)’라 불리는 지식인 그룹이 있었다.

1930년, 스물네 살의 젊은 논리학자 쿠르트 괴델은 그들의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했지만, 늘 주변부에 머물렀다. 그는 열띤 토론에 끼어들기보다는, 안경 너머의 조용한 눈으로 모든 것을 관찰하고, 홀로 생각에 잠기는 편이었다.

당시 빈 학파의 지식인들은 ‘논리 실증주의’에 심취해 있었다. 그들은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하거나 논리적으로 증명 가능한 것만이 의미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에게 힐베르트의 프로그램은 이성의 승리를 보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어느 날 저녁, 철학자 루돌프 카르납이 힐베르트의 완전성(Completeness)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수학의 모든 진리는 결국 증명될 것입니다. 증명 불가능한 진리란, 그 자체로 형용모순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구석에 앉아 있던 괴델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주변의 몇 사람만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순간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카르납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괴델 군, 방금 뭐라고 했나?”

괴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치 엄청난 비밀을 털어놓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수학적 형식 체계 안에는… 참이지만, 그 체계 안에서는 결코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함을… 발견했습니다.”

카페 안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한 몇몇이 헛웃음을 쳤다. 하지만 괴델의 얼굴에는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눈은 서늘할 정도로 진지했다.

그는 냅킨 위에 펜으로 간략한 논증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은 복잡했지만, 그 핵심 아이디어는 악마적일 만큼 단순했다.

“G라는 명제를 하나 만들어 봅시다.”
그의 펜이 냅킨 위를 스쳤다.

G = “이 명제(G)는 이 형식 체계 안에서 증명될 수 없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것은 고대의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닮아 있었다.

괴델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자, 이제 G가 참인지 거짓인지 따져봅시다. 만약 이 체계 안에서 G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G는 증명될 수 없다’는 명제가 거짓이 됩니다. 즉, 우리는 거짓인 명제를 증명해버린 셈입니다. 이것은 시스템의 무모순성에 위배됩니다. 따라서 G는 증명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반대로, G가 이 체계 안에서 ‘증명될 수 없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G는 증명될 수 없다’는 명제 G의 내용 자체는 사실, 즉 ‘참’이 됩니다.”

결론은 섬광처럼 명료하게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G는 참인 명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금 그것이 이 체계 안에서는 결코 증명될 수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므로…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는 존재합니다.”

완벽한 논리의 감옥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그의 논증에서 단 하나의 흠결도 찾아낼 수 없었다.

쿠르트 괴델.
이 스물네 살의 조용한 청년은, 기관총이 아니라 단 한 발의 저격으로 힐베르트가 쌓아 올린 거대한 성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어 버린 것이다. 힐베르트의 ‘완전성’이라는 위대한 꿈은, 이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그날 밤 빈의 한 카페에서 울린 작은 경종 소리.
그것은 아직 영국 케임브리지의 고요한 강가에는 닿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의 지성계를 뒤흔들 그 충격파는, 이미 조용히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시간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