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침묵, 사파리는 언제쯤?

332025년 08월 19일4

파이어폭스와 크롬이 WebGL 지원을 공식화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기술 업계의 한쪽 구석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의 거대한 우주선 본사에서는 어떤 공식적인 발표도, 이렇다 할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애플의 웹 브라우저, 사파리(Safari)는 침묵하고 있었다.

이 침묵은 WebGL의 미래에 거대한 물음표를 던졌다. 데스크톱 시장에서 사파리의 점유율은 파이어폭스나 크롬에 미치지 못했지만, 진짜 문제는 모바일 시장에 있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던 아이폰(iPhone),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태블릿 시장을 창조한 아이패드(iPad). 이 모든 기기의 기본 웹 브라우저는 바로 사파리였다.

수억 명에 달하는 iOS 사용자들이 WebGL을 경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애플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만약 애플이 끝까지 WebGL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WebGL은 ‘모바일에서는 반쪽짜리’인 기술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자들은 아이폰 사용자를 위해 별도의 2D 버전을 만들거나, 아예 웹 대신 네이티브 앱 개발로 돌아설지도 몰랐다.

워킹 그룹 내부에서도 애플의 의중을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애플의 엔지니어들은 워킹 그룹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여 명세서 작업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특히 보안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자신들의 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사파리의 WebGL 지원은 언제쯤 예정되어 있습니까?”
누군가 물으면, 그들은 늘 “공식적으로 발표할 내용이 없습니다(We have nothing to announce at this time).”라는 애플 특유의 정중하지만 단호한 답변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기술 커뮤니티에서는 애플의 침묵을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첫 번째 추측은 ‘보안에 대한 극도의 신중함’이었다.
애플은 그 어떤 회사보다도 자신들의 플랫폼이 안전하고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중시했다. WebGL이 아무리 강력한 보안 모델을 갖추었다고 해도, 그래픽 드라이버와 직접 통신하는 기술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두 번째 추측은 ‘배터리 수명 문제’였다.
GPU를 사용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전력 소모를 동반한다. 한정된 배터리를 가진 모바일 기기에서, 웹페이지 하나가 GPU를 계속해서 가동시킨다면 배터리가 순식간에 닳아 없어질 터였다. 애플은 이런 사용자 경험 저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마지막 추측은 ‘앱스토어(App Store) 생태계 보호’였다.
당시 애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앱스토어였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고품질의 3D 게임과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에서 판매했고, 애플은 그 수익의 30%를 가져갔다.
만약 WebGL이 활성화되어 브라우저에서 앱스토어 게임에 버금가는 고품질 3D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개발자들은 굳이 앱스토어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웹을 통해 직접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려 할 것이다. 이는 애플의 가장 중요한 수익 모델 중 하나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었다.

블라디미르는 초조해졌다. 그가 꿈꿨던 것은 모든 기기, 모든 브라우저에서 동작하는 보편적인 3D 웹이었다. 애플이라는 거대한 퍼즐 조각이 맞춰지지 않는 한, 그의 꿈은 미완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흘러갔다. 파이어폭스와 크롬은 안정 버전을 연달아 내놓으며 WebGL 지원을 더욱 공고히 했다. 하지만 사파리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WebGL의 운명은 이제 기술의 완성도가 아닌, 한 거대 기업의 전략적 결정에 달려 있었다. 워킹 그룹의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마친 채, 그저 쿠퍼티노에서 들려올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웹의 새로운 차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애플은 굳건한 문지기처럼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