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의심과 격려.

92025년 08월 07일4

하룻밤이 지났지만, 블라디미르의 모니터 위 파란 사각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성공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것이 한 사람의 실험으로 끝나지 않고 모질라의, 나아가 웹의 미래가 되려면 동료들의 인정과 도움이 절실했다.

그는 심호흡 한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게코 엔진의 플랫폼 아키텍처를 담당하는 가장 까다로운 동료 중 한 명인 크리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크리스, 잠깐 시간 괜찮아? 보여줄 게 있어.”

호기심 어린 표정의 크리스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따라온 그래픽 전문 엔지니어 스튜어트가 블라디미르의 책상으로 다가왔다. 블라디미르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게 뭔데? 그냥 파란색 div 태그 아냐?”
크리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니.”

블라디미르는 test.html의 소스 코드를 보여주었다. 스튜어트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특히 getContext('experimental-canvas-3d') 라는 부분에서 그의 시선이 멈췄다.

“이 파란색은 자바스크립트가 게코 엔진을 통해 GPU에 직접 명령을 내려서 그린 거야. 플러그인 없이.”

순간, 사무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크리스의 표정은 호기심에서 순식간에 싸늘한 경계심으로 바뀌었다.

“잠깐만, 뭐라고? 자바스크립트가… GPU에 직접?”
그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블라디미르, 제정신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웹페이지 따위가 그래픽 드라이버에 직접 접근하게 길을 열어준 거라고. 우리가 지금까지 보안을 위해 쌓아 올린 벽을 당신이 허물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야!”

크리스의 지적은 날카롭고 정확했다. 그는 웹 브라우저의 제1원칙을 수호하는 문지기였다. 그의 눈에는 블라디미르의 파란 사각형이 혁신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재앙의 씨앗으로 보였다.

“모든 명령은 검증될 거야. 무작정 길을 연 게 아니…”
블라디미르가 해명하려 했지만, 크리스는 말을 잘랐다.

“검증? 드라이버 버그 하나가 시스템 전체를 다운시킬 수 있어. 악성 셰이더 코드가 GPU를 무한 루프에 빠뜨리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이건 안 될 말이야. 너무 위험해.”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블라디미르의 열정은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힌 듯했다. 바로 그때, 조용히 코드를 들여다보던 스튜어트가 입을 열었다.

“블라디미르.”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섞여 있었다.
“이 gl 객체… 그럼 OpenGL ES 2.0 API를 바인딩한 건가?”

블라디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어트는 크리스와 달랐다. 그는 보안의 장벽 너머, 이 기술이 가져올 가능성의 세계를 보고 있었다.

“세상에… 이게 정말 가능하다면… 플러그인 없이도 브라우저에서 퀘이크 같은 게임을 돌릴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스튜어트의 격려에 블라디미르는 다시 힘을 얻었다.
“맞아. 데이터 시각화, 의료 영상, 교육 콘텐츠… 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차원이 달라질 거야.”

“꿈같은 소리.”
크리스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성능은? 자바스크립트와 C++ 사이를 오가는 오버헤드는 어떻게 감당할 건데? 삼각형 몇 개 그리는 수준에서 그치겠지.”

두 사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 명은 위험과 한계를 보았고, 다른 한 명은 가능성과 미래를 보았다. 그것은 당시 모질라, 그리고 기술 업계 전체가 가질 수 있는 반응의 축소판과도 같았다.

크리스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블라디미르가 던진 위험한 아이디어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스튜어트는 블라디미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걱정 마. 당연한 반응이야. 하지만 이건… 옳은 방향이야.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따뜻한 격려 한마디에 블라디미르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무모한 도전은 이제 개인의 프로젝트를 넘어, 모질라 안에서 뜨거운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파란 사각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 그것은 단순한 실험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제거해야 할 위험 요소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함께 지켜나가야 할 희망의 상징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