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일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았다. 하지만 Dawn 팀 연구실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랐다. 누구도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거나 기술적인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 모두가 말없이 각자의 모니터를 응시하며, 크롬 공식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 피드를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태평양 표준시(PST) 오전 9시. 약속된 시간이었다.
리아나가 속한 개발자 관계 팀에서 첫 번째 포문을 열었다. 크롬 개발자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게시되었다.
“Chrome ships WebGPU.”
단 세 단어. 하지만 그 세 단어는 웹 개발의 새로운 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글에는 WebGPU의 핵심 개념과 장점, 그리고 간단한 코드 예제가 담겨 있었다. 드미트리가 검토했던 바로 그 글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기여자로 언급된 부분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와 동시에, 구글 개발자들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도 같은 소식이 올라갔다.
#WebGPU is now enabled by default in Chrome 113! Unlock the power of modern GPUs for graphics and compute on the web. Check out our announcement and samples:
그 순간, 봇물 터지듯 세상의 반응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술 뉴스 사이트인 ‘해커 뉴스(Hacker News)’의 메인 페이지는 순식간에 WebGPU 관련 링크로 도배되었다.
[1위] Chrome ships WebGPU (developer.chrome.com)
[2위] Show HN: My first WebGPU-powered physics demo
[3위] A deep dive into the WebGPU API
수백 개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드디어! 몇 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WebGL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왕은 죽었다. 새로운 왕 만세!”
“컴퓨트 셰이더로 브라우저에서 Stable Diffusion을 돌리는 사람이 곧 나타날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유명 개발자들과 게임 엔진 회사들이 앞다투어 축하와 기대의 메시지를 올렸다.
Babylon.js의 공식 계정은 그들의 스폰자 데모 링크를 다시 공유하며, “이제 플러그인 없이도, 기본 설정만으로도 WebGPU의 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Figma의 수석 엔지니어는 “우리의 렌더링 엔진이 오늘부터 더 빨라집니다. 사용자들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브라우저를 업데이트하기만 하면 됩니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 모든 반응은 긍정적이고 희망에 찬 것들이었다. 하지만 드미트리가 정말로 주시하고 있던 것은 다른 곳이었다. 바로 크롬의 실시간 크래시 리포트 대시보드.
크롬 113이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점진적으로 배포되기 시작하면서, 대시보드의 활성 사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천만, 오천만, 일억…
만약 그들의 코드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치명적인 버그가 숨어 있다면, 지금쯤 크래시 비율 그래프가 수직으로 치솟기 시작해야 했다.
드미트리는 팀원들과 함께 숨을 죽이고 그래프를 지켜보았다.
10분이 지났다. 그래프는 미동도 없었다.
30분이 지났다. 여전히 평온했다.
1시간이 지났다. 그래프는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들이 쌓아 올린 방어벽은 견고했다. 보안팀의 날카로운 공격도, 베타 채널의 유령도, 그 모든 시련을 견뎌낸 코드는 실제 야생의 환경에서도 굳건히 버텨내고 있었다.
그제야 드미트리는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댔다.
연구실 한쪽에서 누군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가… 정말로 해냈어.”
그 한마디에, 억눌려왔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팀원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등을 두드리며, 조용한 환호를 나눴다. 몇몇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들의 코드는 이제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브라우저에 ‘Dawn’이라는 새로운 심장을 이식받은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저 웹서핑을 하고,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할 뿐이겠지만, 그 모든 경험의 이면에서 WebGPU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드미트리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평범한 실리콘밸리의 오후 풍경.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오늘, 이 순간을 기점으로 웹이라는 세상은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는 것을. 그 변화의 중심에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팀이 서 있었다는 것을.
긴 여정의 한 막이 내렸다. 그리고 또 다른 막이 오르고 있었다. 이제 개발자들은 이 새로운 엔진으로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