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미래

702025년 09월 06일4

드미트리는 구글 캠퍼스의 한적한 벤치에 앉아, 태블릿PC로 전 세계의 WebGPU 관련 프로젝트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그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가 심었던 작은 씨앗이, 이제는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WebGPU를 이용해 MRI나 CT 스캔 데이터를 실시간 3D로 시각화하여, 의사들이 환자의 몸속을 이전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건축계에서는 거대한 도시 모델을 브라우저에 그대로 옮겨와, 일조량과 바람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며 더 효율적인 도시 설계를 연구하고 있었다.
심지어 순수 예술계에서는, 사용자의 감정에 따라 형태와 색이 변하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조각품을 만드는 데 WebGPU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모든 놀라운 창조물들을 보며, 드미트리는 문득 기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이 기술의 아버지와도 같았지만, 이제 이 기술은 그의 품을 떠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이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다.

그의 상념을 깨뜨린 것은 한 통의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텐서플로우 팀의 샨카르였다.

“드미트리, 당신이 꼭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 바로 저희 연구실로 와주실 수 있나요?”

메시지에는 다급함과 함께,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담겨 있었다.
드미트리가 텐서플로우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모든 엔지니어들이 하나의 모니터 주위에 모여 있었다. 모니터에는 복잡한 코드와 함께,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뇌파 그래프가 떠 있었다.

샨카르가 드미트리를 맞으며 말했다.
“저희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인터페이스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쪽에 앉아 있는 연구원을 가리켰다. 연구원의 머리에는 수십 개의 전극이 달린 EEG(뇌전도) 헤드셋이 씌워져 있었다.

샨카르가 설명했다.
“저 헤드셋이 연구원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읽어 들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뇌파 신호를, WebGPU 컴퓨트 셰이더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특정 패턴을 인식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시켰습니다.”

그는 모니터 옆에 놓인 작은 로봇팔을 가리켰다.
“이제 잘 보세요.”

샨카르는 머리에 헤드셋을 쓴 연구원에게 말했다.
“알렉스, ‘주먹을 쥔다’고 상상해 보세요. 실제로 움직이지 말고요.”

알렉스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모니터의 뇌파 그래프가 미세하게 요동쳤다.
그 순간, WebGPU 백엔드 위에서 돌아가던 머신러닝 모델이 그 패턴을 인식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니터 옆에 있던 로봇팔이, 천천히 움직이며 부드럽게 주먹을 쥐는 자세를 취했다.

연구실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성공이야! BCI(Brain-Computer Interface)가 웹 기술 위에서 동작했어!”

드미트리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그 기술이, 자신이 만든 WebGPU 위에서, 브라우저의 기술 스택을 기반으로 실현되고 있었다.

샨카르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이것의 가능성을 상상해보십시오, 드미트리.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조작하거나, 의수를 움직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값비싼 전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가능해지는 겁니다.”

드미트리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단지 그래픽을 더 빨리 그리려고 했을 뿐이다.
CPU의 병목을 해결하고, 개발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이제, 인간의 생각과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를 거대한 흐름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이 기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그가 연 상자 속에서는 그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희망과 가능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을 이끄는 것은 더 이상 그가 아니었다. 샨카르와 같은, 각자의 분야에서 꿈을 꾸는 수많은 다른 창조자들이었다.

연구실을 나오며, 드미트리는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자신이 시작했던 여정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여정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훨씬 더 경이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이제 그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통제하려는 욕심이 아닌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했다.
그가 할 일은, 이 위대한 항해를 하는 모든 배들이 순항할 수 있도록, 등대를 더욱 밝게 비추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