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코드 한 줄로

1002025년 07월 18일4

컨퍼런스가 끝나고 며칠 후, 알렉스는 자신의 새로운 일터인 구글 클라우드 캠퍼스의 한적한 연구실에 앉아 있었다. 광고팀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그는 이제, 소수의 핵심 연구원들과 함께 차세대 AI 인프라를 설계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 그는 오랜만에 순수한 엔지니어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그의 앞에는 깨끗하게 비워진 코드 에디터가 열려 있었다. 그가 지금 설계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의 병원과 연구소들이 각자의 의료 데이터를 서로에게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거대한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모델을 통해 신약 개발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탈중앙화 AI 플랫폼이었다.

이것은 광고와는 전혀 다른 분야였지만, 알렉스는 문제의 본질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데이터를 연결하여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그가 광고의 세계에서 평생을 바쳐 풀고자 했던 바로 그 문제였다.

그가 새로운 아키텍처의 첫 번째 라인을 써 내려가려던 순간, 그의 개인 이메일로 알림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클로이’였다. 몇 년 전, 그에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죠?”라는 질문을 던져 연대기의 시작을 이끌었던, 이제는 광고 지능 팀의 시니어 엔지니어가 된 바로 그 후배였다.

제목은 간단했다.
“저희의 첫 번째 연대기입니다.”

알렉스는 미소를 지으며 첨부된 내부 블로그 링크를 클릭했다. 그곳에는 레오와 클로이가 공동으로 작성한 새로운 포스팅이 올라와 있었다.

<광고 지능 연대기 - 제1장: IDFA 이후의 세계, 컨텍스트와 예측의 시대를 열다>

글은 레오가 애드위크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IDFA 없는 세상에서 팀이 어떻게 SKAdNetwork의 한계를 극복하고, 컨텍스트 타겟팅과 예측 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냈는지에 대한 치열한 기술적 여정을 담고 있었다.

글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게 끝맺고 있었다.

“우리의 선배들이 ‘RTB’와 ‘쿠키’라는 위대한 발명을 통해 광고 기술의 1막을 열었다면, 우리는 이제 ‘예측 모델’과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이라는 새로운 도구로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우리의 연대기는 계속될 것이다.”

알렉스는 글을 모두 읽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시작했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새로운 주인공들의 목소리로,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게 이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남긴 유산이, 다음 세대의 손에서 더 위대한 역사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한 엔지니어에게 벅찬 순간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제 온전히 그들의 것이 되었다.

알렉스는 다시 자신의 코드 에디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새로운 플랫폼의 첫 번째 코드 한 줄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import privacy_preserving_ai as ppa

그것은 광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코드였다. 하지만 그 코드에 담긴 철학은 그의 모든 연대기를 관통하고 있었다.

신뢰, 투명성,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기술의 책임감.

창밖으로 캘리포니아의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한 시대가 저물고, 또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알렉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텅 빈 캔버스 위에서, 묵묵히 새로운 세계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또 다른 세상을 움직일, 작지만 위대한 코드 한 줄이, 다시 한번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