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의 출현
제15화
발행일: 2025년 06월 06일
DMP의 기본 설계와 데이터 수집의 핵심 원리인 쿠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팀은 본격적인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설계를 마치고, 수집된 데이터를 세그먼트로 분류하는 규칙 엔진(Rule Engine)의 프로토타입 개발에 참여했다.
사무실은 다시 활기로 가득 찼다. 그들은 자신들이 인터넷 광고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비드 첸이 주간 회의에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여러분, 시장은 우리만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대서양 건너 프랑스에서, 아주 흥미로운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스크린에 한 회사의 로고를 띄웠다.
Criteo (크리테오)
팀원 대부분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구글이라는 거대 제국 안에서 일하는 그들에게, 프랑스의 작은 스타트업은 관심 밖의 존재였다.
데이비드는 말을 이었다.
“이들은 우리처럼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딱 한 가지 문제에만 미친 듯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한 단어를 썼다.
리타겟팅(Retargeting)
알렉스는 그 단어를 곱씹었다. 다시 타겟팅한다? 무슨 의미일까.
“간단한 개념입니다.” 데이비드가 설명했다. “사용자가 특정 온라인 쇼핑몰에 방문해서, 나이키 운동화 상세 페이지를 구경했지만 구매는 하지 않고 떠났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사용자가 뉴스를 보기 위해 ‘글로벌 헤럴드’에 접속합니다. 바로 그때, 글로벌 헤럴드의 광고 지면에 방금 그 사용자가 보고 나왔던 바로 그 ‘나이키 운동화’ 광고를 보여주는 겁니다.”
회의실에 있던 팀원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그것은 구글이 만들던 DMP의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방식이었다. 구글의 DMP가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는 다소 폭넓은 그룹을 타겟팅했다면, 크리테오는 ‘방금 전 A 쇼핑몰에서 특정 모델의 신발을 본 바로 그 사람’이라는, 점에 가까운 정밀 타겟팅을 하고 있었다.
사라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경계심이 묻어 있었다.
“그건… 기술적으로는 저희가 하는 것과 동일한 제3자 쿠키를 사용하겠군요. 쇼핑몰에 방문한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쿠키를 심고, 다른 제휴 사이트에서 그 쿠키를 인식해서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
“맞아.”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의 근본은 같아. 하지만 그들은 그걸 활용하는 ‘전략’이 다른 거야. 우리는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범용 플랫폼을 만들고 있지만, 그들은 오직 ‘전자상거래(E-commerce)’라는 한 분야, 그중에서도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는 단 하나의 목표에 모든 기술력을 쏟아붓고 있어.”
데이비드는 크리테오의 초기 성과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리타겟팅 광고는 일반적인 배너 광고에 비해 클릭률(CTR)과 구매 전환율이 수백 퍼센트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광고주, 특히 온라인 쇼핑몰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알렉스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제국은 때로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다가, 한 우물만 파는 날렵한 게릴라에게 허를 찔리기도 한다. 크리테오의 등장은 구글에게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들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미 유럽의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이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DSP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겁니다.”
회의가 끝나고, 알렉스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Criteo’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웹사이트는 단순했지만, 메시지는 명확했다. ‘떠나간 고객을 다시 데려오세요.’
그는 깨달았다.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세계는 단 하나의 거인이 지배하는 독점 시장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을 가진 경쟁자들이 나타나고, 각자의 방식으로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구글은 이제 막 DMP라는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경쟁자는 이미 그 무기를 특정 목적에 맞게 개량하여 실전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거인의 반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