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겟팅의 마법
제16화
발행일: 2025년 06월 06일
알렉스는 단순히 크리테오의 웹사이트를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들의 기술을 직접, 사용자의 입장에서 경험해봐야 했다. 그것이 엔지니어가 경쟁자를 분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는 브라우저를 열고, 최근 광고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알려진 한 대형 온라인 신발 쇼핑몰에 접속했다. 그리고 일부러 특이한 제품을 골랐다. 눈에 확 띄는 ‘형광 녹색 하이킹 부츠’. 그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 한참 머물며 스펙을 읽고, 사진을 확대해보고, 심지어 장바구니에 담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 결정적인 단계로 넘어갔다. 그는 구매를 완료하지 않고, 쇼핑몰 탭을 그냥 닫아버렸다. ‘구매 직전에 이탈한 사용자’라는 명확한 흔적을 남긴 것이다.
잠시 후, 알렉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금융 뉴스를 다루는 딱딱한 분위기의 사이트였다. 그는 기사를 몇 개 읽으며 페이지를 천천히 스크롤했다.
바로 그때였다.
페이지 오른쪽 사이드바 광고 지면에, 방금 그가 보고 나왔던 ‘형광 녹색 하이킹 부츠’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광고 아래에는 ‘아직 고민 중이신가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알렉스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예상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교했다.
그는 즉시 브라우저의 개발자 도구를 열어 네트워크 요청 기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의 가설이 맞았다. 신발 쇼핑몰 페이지에 숨겨져 있던 크리테오의 스크립트가 실행되면서, 그의 브라우저에 쿠키가 저장되었다.
하지만 그 쿠키에는 단순한 사용자 ID만 들어있지 않았다. 알렉스는 암호화된 값들을 살펴보며 확신했다. 여기에는 그가 방금 본 ‘상품의 고유 ID’가 함께 기록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서 모든 과정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졌다.
- 흔적 기록: 신발 쇼핑몰에서, 크리테오의 시스템은 사용자
ID-alex789
가 상품SKU-greenboot42
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기록한다. - 광고 요청: 금융 뉴스 사이트에서, 광고 지면이 크리테오 서버에 RTB 입찰 요청을 보낸다. 이때 브라우저는
ID-alex789
라는 쿠키를 함께 전송한다. - 개인화된 생성: 크리테오 서버는
ID-alex789
를 받자마자,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한다. ‘아, 이 사용자는 방금 greenboot42를 보고 갔군.’ 그리고 즉시 미리 준비된 템플릿에greenboot42
의 상품 이미지와 가격 정보를 삽입하여 개인화된 광고 소재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 입찰 및 노출: 이 강력한 개인화 광고를 무기로, 크리테오는 경매에서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여 낙찰받고, 알렉스의 화면에 보여준다.
이것은 구글의 DMP가 하던 ‘세그먼트 타겟팅’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DMP가 사용자를 ‘등산에 관심 있는 그룹’으로 분류하는 수준이었다면, 리타겟팅은 그 그룹에 속한 한 개인이 ‘어떤 브랜드의 어떤 등산화를 몇 분 전에 봤는지’까지 추적했다.
알렉스는 옆자리의 사라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설명했다.
“사라, 이건… 광고가 아닙니다. 이건 마치 내가 매장을 나가자마자, 점원이 그 상품을 들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심지어 내가 서점에 가든, 카페에 가든 계속해서 ‘이거 안 사실 거예요?’라고 말을 거는 거죠.”
그의 표현에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는 확실하겠지.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겠는데.”
“바로 그겁니다. 하지만 쇼핑몰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권유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구매 전환율이 폭발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어요.”
알렉스는 크리테오의 힘의 원천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들은 기술의 복잡성이나 생태계의 거대함이 아닌, ‘구매’라는 가장 원초적인 비즈니스 목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날카롭게 벼려낸 것이었다.
구글은 범용 전함을 만들고 있었지만, 크리테오는 오직 적의 심장만을 노리는 특수 어뢰를 만들어낸 셈이었다. 이제 구글도 그들만의 어뢰를 개발해야 했다. 그리고 더 강력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