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반격, 다이내믹 리타겟팅
제17화
발행일: 2025년 06월 07일
크리테오의 공습은 팀 전체에 건전한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데이비드 첸은 즉시 ‘리타겟팅 대응 TF’를 소집했고, 알렉스도 그 핵심 멤버로 합류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크리테오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회의실 화이트보드 중앙에는 ‘크리테오 분석’이라는 제목 아래 그들의 강점과 약점이 정리되어 있었다.
강점:
- 개별 상품 단위의 정밀한 추적.
- 전자상거래 광고주의 명확한 니즈(구매 전환)에 집중.
약점:
- 단순히 ‘봤던 상품’만 반복적으로 보여줌 (사용자 피로감 유발 가능성).
- 광고 소재(배너)의 디자인이 다소 정적이고 획일적임.
데이비드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바로 ‘지능’입니다. 크리테오가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그대로 ‘반영’하는 수준이라면, 우리는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하고, 더 나은 제안을 ‘생성’해야 합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프로젝트의 이름을 썼다.
Dynamic Retargeting (다이내믹 리타겟팅)
‘다이내믹(Dynamic)’, 즉 ‘동적’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려 있었다.
알렉스가 질문했다.
“‘동적’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단순히 봤던 상품을 보여주는 것과 어떻게 다릅니까?”
“좋은 질문이야, 알렉스.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죠.”
데이비드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시나리오 1: 사용자가 나이키 운동화 A를 봤지만 사지 않고 떠났다. 크리테오는 계속해서 A만 보여주겠지. 하지만 우리는 A와 함께, A를 구매한 다른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함께 본 ‘B 운동화’나, A보다 평점이 더 높은 ‘C 운동화’를 함께 보여주는 거야. 사용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거지.”
“시나리오 2: 사용자가 본 A 운동화의 재고가 방금 막 떨어졌다. 크리테오는 품절된 상품을 계속 광고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쇼핑몰의 재고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해서, A 대신 A와 가장 유사한 재고 보유 상품을 즉시 광고로 노출시키는 거야.”
“시나리오 3: 사용자가 본 A 운동화가 며칠 후 10% 할인을 시작했다. 우리는 이 가격 변동 정보를 즉시 감지해서, ‘당신이 보았던 그 상품, 지금 10% 할인 중!’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광고를 동적으로 생성해서 보여주는 거야.”
회의실의 공기가 뜨거워졌다. 이것은 단순한 리타겟팅이 아니었다. 구글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광고 소재 생성 기술을 총동원하는 종합 예술에 가까웠다.
사라가 기술적인 부분을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기술이 필요합니다. 첫째, 광고주가 자신의 모든 상품 정보를 담은 ‘상품 피드(Product Feed)’를 우리 시스템에 제공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의 추천 엔진이 이 피드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최적의 상품 조합을 찾아내야 합니다. 셋째, 광고 소재 템플릿에 이 상품 정보를 동적으로 결합하여 수만 가지 버전의 광고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광고 렌더링 엔진’이 필요하고요.”
그것은 크리테오의 시스템보다 몇 배는 더 복잡한 구조였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그 파괴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할 터였다.
알렉스에게는 가장 핵심적인 임무 중 하나가 주어졌다. 바로 ‘상품 피드’ 처리 모듈의 설계였다. 수백만 개의 상품 정보를 담은 거대한 데이터 파일을 파싱하고, 실시간으로 검색 및 필터링이 가능하도록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상품 ID, 가격, 재고, 이미지 URL과 같은 정보들로 가득 찼다. 그는 지금 단순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상품을 담을 수 있는 거대한 디지털 카탈로그의 뼈대를 세우고 있었다.
구글의 반격은 시작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한 차원 높은 지능을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려는 거인의 포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