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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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09일

광고 사기 탐지 TF가 꾸려진 첫날, 사무실의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성공에 대한 흥분은 사라지고, 시스템의 무결성을 지켜야 한다는 비장한 책임감만이 감돌았다. 더 이상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창조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침입한 보이지 않는 범죄자를 쫓는 수사관이 되어야 했다.

데이비드는 알렉스에게 막대한 양의 로그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했다. 그것은 지난 몇 주간 나이키 캠페인에서 발생한 수억 건의 광고 노출과 클릭 기록이 담긴, 날것 그대로의 데이터였다.

“알렉스, 자네의 임무는 이 데이터의 산 속에서 유령의 발자국을 찾아내는 걸세. 봇은 인간을 흉내 내지만, 완벽할 수는 없어. 반드시 부자연스러운 흔적, 즉 패턴을 남기게 되어 있지. 그걸 찾아내.”

알렉스는 자신의 모니터에 끝없이 펼쳐진 로그 파일을 바라보았다. 각 줄은 타임스탬프, 암호화된 사용자 ID, IP 주소, 광고 ID, 매체사 ID 같은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반인이 보면 의미 없는 문자와 숫자의 나열일 뿐이었다. 하지만 알렉스에게는 그것이 범죄 현장에 남겨진 증거물처럼 보였다.

그는 무작정 전체 데이터를 뒤지는 대신, 가장 의심스러운 사례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로 CTR이 30%를 넘었던 특정 배너 광고와, 그 광고가 주로 노출된 몇몇 군소 웹사이트였다.

그는 먼저 간단한 스크립트를 작성하여 해당 웹사이트들에서 발생한 클릭 데이터만 추출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분석한 것은 ‘시간’이었다. 그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시간대별 클릭 분포도를 그리는 쿼리를 실행했다.

결과 그래프가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알렉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래프는 정상적인 사용자 활동이라면 나타날 수 없는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낮 시간대에는 클릭이 거의 없다가, 태평양 표준시 기준 정확히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에 거대한 바늘처럼 뾰족하게 치솟았다. 인간들이 대부분 잠든 시간에, 누군가는 깨어 광고를 광적으로 클릭하고 있었다.

‘이건 단서가 될 수 있다.’

알렉스는 분석 범위를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로 좁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클릭이 발생한 ‘간격’을 분석했다. 그는 각 클릭의 타임스탬프 차이를 계산하여 나열했다.

10.12초
9.98초
10.05초
9.89초
10.15초
...

평균은 거의 정확히 10초였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규칙성이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때로는 3초 만에, 때로는 1분 뒤에 클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체불명의 클리커는 마치 메트로놈처럼, 거의 완벽하게 10초 간격으로 클릭을 반복하고 있었다.

유령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알렉스는 흥분을 감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는 이 ‘새벽 2-4시 사이, 약 10초 간격’이라는 조건에 맞는 클릭들을 모두 필터링한 뒤, 해당 클릭을 발생시킨 IP 주소들을 분석했다.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수천 번의 클릭이 단 3개의 IP 주소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그 IP 주소들은 일반적인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의 것이 아니었다. 동유럽의 한 데이터센터에 할당된 서버용 IP 주소였다.

마지막 확인 사살이었다. 알렉스는 해당 클릭들의 브라우저 정보, 즉 ‘유저 에이전트(User Agent)’ 문자열을 확인했다. 수천 개의 클릭 모두가 단 하나의, 아주 구체적인 버전의 윈도우 XP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치였다.

모든 증거가 하나의 결론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것은 인간의 소행이 아니다. 특정 서버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 시간대에, 특정 간격으로 자동 실행되는 명백한 봇의 행위다.’

알렉스는 자신의 분석 과정과 증거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하여 사라에게 보여주었다.

“사라, 범인을 잡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범행 도구를 찾아냈습니다.”

사라는 알렉스가 제시한 그래프와 데이터를 보며 감탄했다.
“훌륭해, 알렉스.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야. 이 패턴들을 규칙으로 만들면, 앞으로 들어오는 클릭이 봇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실시간으로 판별할 수 있겠어.”

그것은 광고 사기와의 전쟁에서 거둔 첫 번째 승리였다. 그들은 이제 유령의 발자국을 식별하는 법을 알아냈다. 문제는, 이 유령들이 언제까지고 이렇게 어설픈 발자국만 남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