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적, 광고 사기
제20화
발행일: 2025년 06월 08일
‘다이내믹 리타겟팅’의 성공적인 출시는 팀에 큰 영광을 가져다주었다. 구글의 광고 플랫폼은 이제 속도뿐만 아니라 지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수많은 전자상거래 광고주들이 구글의 새로운 솔루션에 몰려들었고, 광고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어느 날 아침, 광고 운영팀으로부터 긴급한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이 접수되었다. 대형 광고주 몇 곳에서 데이터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데이비드는 즉시 광고 운영팀 책임자와의 화상 회의를 소집했고, 알렉스도 분석 담당으로 배석했다.
운영팀 책임자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데이비드, 상황이 심각합니다. 나이키 측에서 자신들의 광고 캠페인 데이터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정 배너 광고의 클릭률(CTR)이 30%를 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회의실에 있던 모두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CTR 30%. 광고를 본 10명 중 3명이 클릭했다는 뜻. 업계 평균이 0.1%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적에 가까운 수치였다.
“데이터 집계 시스템에 오류가 있는 것 아닙니까?” 사라가 물었다.
“저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책임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여러 번 확인했지만 시스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한 건, 이렇게 높은 클릭률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동화 판매량, 즉 전환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겁니다. 수천 번의 클릭이 발생했지만, 구매는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알렉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클릭만 있고 구매는 없다. 이것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이 아니었다.
데이비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이키 외에 다른 광고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까?”
“네. 여러 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 클릭 수가 비정상적으로 폭증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데이비드는 팀원들을 모았다. 그의 표정은 Latency 위기 때보다도 더 어두웠다.
“우리는 새로운 적과 마주했다. 이 적은 시스템 외부에 있고, 우리의 규칙을 역이용하여 돈을 빼돌리려는 자들이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두 단어를 썼다.
Ad Fraud (광고 사기)
알렉스는 그 단어를 바라보며 광고 생태계의 또 다른 이면을 깨달았다. 돈이 흐르는 곳에는 언제나 사기꾼이 꼬이기 마련이다. 프로그래머틱 광고 생태계가 자동화되고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의 감시망을 벗어나 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라가 문제의 구조를 설명했다.
“이건 아마도 ‘봇(Bot)’의 소행일 겁니다. 악의적인 개발자가 만든 자동화된 프로그램이죠. 이들은 품질이 낮은 수천 개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우리 광고 네트워크에 매체사로 등록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봇을 이용해, 그 웹사이트에 걸린 광고를 자동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클릭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돈을 버는 거죠?” 한 주니어 엔지니어가 물었다.
“광고비는 광고주(나이키)가 우리(구글)에게 지불하고, 우리는 그중 일부를 광고가 실린 매체사에게 수익으로 배분합니다. 즉, 사기꾼들은 자신들이 만든 유령 웹사이트의 운영자로서, 자신들의 봇이 만들어낸 가짜 클릭에 대한 광고 수익을 챙겨가는 겁니다. 결국 나이키의 광고 예산이 사기꾼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죠.”
팀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이 만든 혁신적인 시스템이, 범죄자들의 현금 인출기로 악용되고 있었다. 그들이 구축한 신뢰의 생태계가 근본부터 위협받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다음 임무는 명확하다. 이 보이지 않는 유령들을 사냥하는 것이다. 광고 사기 탐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금 당장.”
승리의 축배를 들었던 시간은 끝났다. 이제 팀은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적과의 어두운 전쟁을 시작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