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빌리티(Viewability)'라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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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10일

머신러닝 모델 개발은 새로운 종류의 도전이었다. 알렉스와 팀원들은 더 이상 버그를 잡는 개발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캐내는 광부이자, 기계를 훈련시키는 교관, 그리고 패턴을 해석하는 통계학자에 가까웠다.

그들의 일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회의실 화이트보드는 더 이상 시스템 아키텍처 다이어그램이 아닌, ‘특징 공학(Feature Engineering)’을 위한 아이디어로 가득 찼다.

“단순히 클릭 여부만 볼 게 아닙니다. 사용자가 광고에 마우스를 올리고 얼마나 머물렀는지, 즉 ‘호버(Hover) 시간’을 특징으로 추가해야 합니다.”

“스크롤 패턴도 중요합니다. 정상적인 사용자는 페이지를 불규칙하게 위아래로 움직이지만, 봇은 일정한 속도로 스크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자가 이전에 방문했던 사이트들의 카테고리 분포는 어떻습니까? 갑자기 평소 관심사와 전혀 다른 사이트에서만 클릭이 발생한다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수십, 수백 가지의 특징 후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클릭 하나를 둘러싼 모든 정황 증거를 디지털화하여, 머신러닝 모델이 배울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종류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번에는 광고주의 불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광고주와의 미팅에서 나온, 철학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사라가 팀에 돌아와 심각한 표정으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오늘 대형 소비재 기업인 P&G의 마케팅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그들이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하더군요.”

그녀는 잠시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구글. 당신들의 시스템이 가짜 클릭을 걸러준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광고가 사용자에게 노출되었다고 해서, 사용자가 그 광고를 ‘정말로 보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알렉스는 그 질문의 의미를 즉시 파악했다.

“페이지 최하단에 실린 광고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대부분의 사용자는 스크롤을 거기까지 내리지도 않는데, 기술적으로는 광고가 ‘노출(Impression)’된 것으로 집계되고 광고비가 과금되는 문제 말입니다.”

“정확해.”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P&G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처럼, ‘아무도 보지 않는 화면 영역에서 광고가 로딩되면 노출이 일어난 것인가?’ 라고요.”

팀원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것은 광고 사기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였다. 광고주들은 단순히 가짜 클릭뿐만 아니라, 의미 없는 진짜 노출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사라는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단어를 썼다.

Viewability (뷰어빌리티, 가시성)

“업계에서는 이것을 ‘뷰어빌리티’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광고가 사용자에게 실제로 보여졌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죠. 이제 광고주들은 단순히 노출 횟수가 아니라, ‘보여진 노출(Viewable Impression)’ 횟수를 기준으로 광고비를 집행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광고 사기라는 눈에 보이는 불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는 동안, 시스템의 기반 자체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즉시 인지했다.
“이건 사기 탐지 모델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신뢰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맥락이죠. 봇을 막는 것이 시스템을 ‘부정행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면, 뷰어빌리티를 측정하는 것은 시스템을 ‘의미 없는 행위’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는 팀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 하나는 머신러닝으로 봇을 잡는 전쟁.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았다’는 것의 기술적 정의를 내리고 그것을 측정하는 새로운 전쟁이다.”

알렉스는 자신의 어깨가 더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들은 단순히 광고를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광고라는 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노출’과 ‘클릭’의 의미 자체를 재정의하고, 그 신뢰를 기술로 증명해야 하는 거대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사기꾼과의 싸움에 더해, 이제는 ‘인식’이라는 철학적 개념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