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픽셀의 추적자
제24화
발행일: 2025년 06월 10일
‘뷰어빌리티(Viewability)’라는 새로운 숙제는 팀을 또 다른 기술적 난관에 부딪히게 했다. 어떻게 서버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사용자의 브라우저 화면에서, 특정 광고가 실제로 보여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까? 그것은 마치 CCTV 없이 방 안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과 같았다.
뷰어빌리티 측정 기술 개발을 위한 소규모 TF가 즉시 꾸려졌다. 알렉스는 머신러닝 모델링 작업과 병행하여 이 TF에도 참여했다.
TF의 첫 회의. 리더를 맡은 시니어 엔지니어 마크가 문제를 정의했다.
“우선, ‘보여졌다’는 것의 기준부터 합의해야 합니다. 업계 표준화 기구(IAB)의 초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광고 픽셀의 50% 이상이, 화면에 1초 이상 노출되었을 때’를 ‘보여진 노출(Viewable Impression)’로 간주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 기준을 기술적으로 측정하는 겁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였다. 웹페이지는 정적이지 않다. 사용자는 계속해서 스크롤하고, 창 크기를 조절하며, 다른 탭으로 전환한다. 서버는 이 모든 변화를 실시간으로 알아챌 방법이 없었다.
“결국 해답은 클라이언트, 즉 사용자 브라우저 안에 있어야 합니다.” 알렉스가 의견을 냈다. “서버가 아니라,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스크립트가 광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기준이 충족되는 순간 서버에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그의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그들은 브라우저 안에서 광고를 감시할 ‘추적자’를 만들어야 했다.
개발은 시작되었다. 그들이 만든 추적자는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로 작성된 작은 코드 조각이었다. 이 코드는 광고 소재(배너)와 함께 사용자 브라우저로 전송되어, 광고가 로딩되는 순간부터 실행되도록 설계되었다.
추적자 스크립트의 임무는 다음과 같았다.
- 자신의 위치 파악: 광고 요소가 페이지의 어느 좌표에 위치하는지를 파악한다.
- 화면 경계 파악: 현재 브라우저 창에서 보여지는 영역(뷰포트, Viewport)의 크기와 스크롤 위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 겹침 계산: 1번과 2번의 정보를 종합하여, 광고의 몇 퍼센트가 현재 화면에 노출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 시간 측정: 노출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타이머를 작동시킨다. 만약 사용자가 스크롤하여 광고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타이머를 멈춘다. 다시 화면 안으로 들어오면 타이머를 재개한다.
- 신호 발송: 누적된 노출 시간이 1초를 넘어서는 바로 그 순간, 서버로 ‘뷰어블 임프레션 발생!’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알렉스는 이 추적 스크립트의 핵심 로직, 특히 겹침 영역을 계산하는 기하학 알고리즘과 수많은 브라우저 환경에서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자신의 코드를 ‘1픽셀의 추적자’라고 불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코드 한 줄이, 수십억 달러의 광고비가 정당하게 지출되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몇 주간의 개발과 테스트 끝에, 그들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뷰어빌리티 측정 스크립트의 첫 버전을 완성했다.
첫 실전 테스트는 팀 내부의 인트라넷 게시판에서 이루어졌다. 알렉스는 게시판 페이지 최하단에 테스트 광고를 하나 삽입했다. 그리고 개발자 도구를 열어 네트워크 로그를 지켜보았다.
처음 페이지를 열었을 때, 광고는 화면 밖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 신호도 오지 않았다.
알렉스는 천천히 마우스 휠을 굴려 페이지를 스크롤했다. 광고가 화면 하단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광고의 절반 이상이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 알렉스는 로그 창에서 스크립트가 타이머를 시작했음을 알리는 내부 로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정확히 1초를 센 뒤 스크롤을 멈췄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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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었다. 1픽셀의 추적자는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광고를 감시하고, ‘보여졌다’는 기준이 충족되자 약속된 신호를 본부에 보냈다.
이 작은 신호는 광고 산업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봉화와도 같았다. 이제 광고주들은 ‘얼마나 많은 광고가 로딩되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광고가 실제로 보여졌는가’를 기준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훨씬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광고 시장의 화폐 단위를 바꾸는 기술을 만들어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