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광고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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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18일

GDPR이라는 거대한 태풍을 성공적으로 넘긴 팀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의 세계는 단 한순간도 정체되지 않았다. 이번 변화는 규제나 경쟁이 아닌, 사용자들의 근본적인 행동 패턴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사용자들은 똑똑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수년간의 인터넷 경험을 통해, 페이지의 어느 위치에 광고가 뜨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들의 눈은 웹사이트의 상단, 오른쪽 사이드바, 그리고 하단에 위치한 네모난 배너 광고 영역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에 ‘배너 블라인드니스(Banner Blindness)’라는 이름까지 붙을 정도였다.

광고주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아무리 정교하게 타겟팅하고, 뷰어빌리티를 측정해도, 사용자들이 애초에 광고를 쳐다보지도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었다. 클릭률은 점점 떨어졌고, 광고 효율은 악화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팀 회의에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이제 문제는 ‘누구에게’ 보여주느냐를 넘어, ‘어떻게’ 보여주느냐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콘텐츠 소비 경험을 방해하는 노골적인 광고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는 스크린에 두 개의 이미지를 나란히 띄웠다.

왼쪽에는 전형적인 사각형 배너 광고가 있었다. 페이지의 나머지 콘텐츠와는 명백히 구분되는,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오른쪽에는 한 언론사 사이트의 기사 목록이 있었다. 그런데 그 목록 중간에, 다른 기사들과 거의 똑같은 형식(제목, 썸네일 이미지, 짧은 요약글)을 가진 항목이 하나 끼어 있었다. 다만 그 옆에 아주 작은 글씨로 ‘Sponsored(후원)’라고 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여러분, 이것이 광고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네이티브 광고(Native Ad)’라고 부릅니다.”

네이티브 광고. 말 그대로 해당 웹사이트나 앱의 ‘원주민(Native)’처럼, 원래의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형태의 광고였다.

사라가 부연 설명했다.
“뉴스 사이트에서는 기사처럼,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는 친구의 게시물처럼,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우하는 사람의 사진처럼 보이는 광고를 말하는 겁니다.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를 허무는 거죠.”

이 개념은 프로그래머틱 광고 시스템에 또 다른 거대한 도전을 안겨주었다.

알렉스는 즉시 기술적인 문제점을 파악했다.
“지금까지 우리 시스템은 광고를 ‘정형화된 규격의 컨테이너(300x250, 728x90 같은)’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네이티브 광고는 정해진 규격이 없습니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제목과 이미지만 필요하고, 다른 사이트에서는 긴 설명글까지 필요합니다. 광고가 노출될 매체사의 디자인에 맞춰서 광고의 구성 요소들을 유연하게 조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마치 규격화된 컨테이너 박스를 운송하던 물류 시스템이, 이제는 레고 블록 조각들을 배달해서 현장에서 조립까지 해줘야 하는 상황과 같았다.

네이티브 광고를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적 과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1. 구조화된 광고 소재: 광고주는 더 이상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 파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 – 제목(headline), 본문(body text), 이미지 URL, 로고, 클릭 유도 문구(Call-to-Action) – 을 각각 따로 시스템에 입력해야 했다.
  2. 동적 렌더링 요청: 매체사(SSP)는 입찰 요청을 보낼 때, 자신들에게 필요한 광고 요소가 무엇인지(예: ‘제목은 50자 이내, 이미지는 1.8:1 비율 필요’)를 명시해야 했다.
  3. 유연한 광고 생성: DSP는 이 요청을 받아, 자신들이 가진 광고 소재 요소들을 조합하여 매체사의 디자인 가이드에 맞는 광고를 실시간으로 구성해서 입찰에 참여해야 했다.

알렉스에게는 이 새로운 ‘네이티브 광고 요청 및 응답’을 위한 표준 API 규격을 설계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광고를 더 이상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조립 가능한 ‘구성 요소의 집합’으로 재정의해야 했다.

그는 API 규격서를 작성하며, 광고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하고 지능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단순히 광고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각 매체사의 맥락에 맞춰 광고를 ‘창조’하고 ‘변형’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사용자들의 광고 회피 현상에서 시작된 변화는, 광고의 형태와 거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었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이 새로운 흐름의 최전선에서, 광고가 콘텐츠의 일부가 되는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