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를 위한 경매장, P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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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18일

네이티브 광고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광고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특히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프리미엄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우리 웹사이트는 아무 광고나 실리는 곳이 아니다. 우리 신문의 품격에 맞지 않는 저품질 광고, 예를 들어 선정적인 다이어트 보조제나 현란한 게임 광고가 우리의 기사 옆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기존의 애드 익스체인지는 기본적으로 ‘오픈 마켓(Open Market)’이었다. 기술적인 조건만 맞으면 거의 모든 광고주가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공개 시장이었다. 매체사는 특정 광고주나 카테고리를 차단할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누가 자신의 광고 지면을 구매하게 될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불만은 새로운 요구로 이어졌다.

데이비드는 광고팀의 파트너십 담당자와의 미팅 후, 팀에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프리미엄 매체사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귀한 인벤토리를 시끄러운 공개 시장에 내놓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고른, 소수의 ‘VIP 광고주’들에게만 비공개로 광고를 판매할 수 있는, 그들만의 전용 경매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약어를 썼다.

PMP (Private Marketplace)

사설 마켓플레이스. 그것은 모두에게 열린 공개 경매(Public Auction)가 아닌, 초청받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경매(Private Auction)의 개념이었다.

알렉스는 즉시 그 구조를 이해했다. 이것은 마치 일반 경매장이 아닌,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열리는 VIP 전용 미술품 경매와 같았다. 판매자(매체사)는 구매자(광고주)의 자격을 심사하고, 초청된 구매자들끼리만 경쟁적으로 입찰하여 작품(광고 지면)을 구매하는 방식.

이 PMP 개념은 프로그래밍 방식의 효율성과, 직접 계약의 통제 및 안정성을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사라가 기술적인 과제를 설명했다.
“PMP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시스템에 몇 가지 핵심 기능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1. 딜 ID (Deal ID) 생성 및 관리:

    • “매체사와 광고주가 사전에 ‘이 광고 캠페인에 대해, 이 지면을, 대략 이 정도 가격에 거래하기로 하자’는 식의 합의를 하면, 우리 시스템에서 이 거래를 식별하는 고유한 ‘딜 ID’를 발급해야 합니다. 이 딜 ID가 바로 VIP 경매장의 입장권이 되는 셈이죠.”
  2. 입찰 요청에 딜 ID 포함:

    • “SSP는 애드 익스체인지로 입찰 요청을 보낼 때, 이 광고 지면이 어떤 딜 ID에 해당하는 거래인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이 자리는 딜 ID DEAL-123을 가진 사람만 입찰 가능!’ 이라고 알려주는 거죠.”
  3. DSP의 타겟팅 및 입찰:

    • “광고주의 DSP는 입찰 요청에 포함된 딜 ID를 확인하고, 자신이 해당 딜의 초청 멤버일 경우에만 입찰에 참여합니다. 일반 공개 경매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되는, 일종의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되는 겁니다.”

PMP의 등장은 광고 거래 방식에 새로운 층위를 추가했다. 이제 시장은 단 하나의 거대한 공개 시장이 아니라, 수많은 비공개 시장과 하나의 공개 시장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구조로 변모했다.

알렉스에게는 이 ‘딜 ID’ 기반의 접근 제어 로직을 설계하는 임무가 맡겨졌다. 그는 입찰 요청이 들어왔을 때, 해당 요청이 공개 경매 대상인지, 아니면 특정 딜 ID를 가진 PMP 대상인지를 판별하고, 오직 자격 있는 DSP에게만 입찰 기회를 전달하는 정교한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그는 코드를 작성하며,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시스템이 점점 더 현실 세계의 복잡한 상거래 방식을 닮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모두가 동등하게 경쟁하는 완전 경쟁 시장뿐만 아니라, 특정 플레이어들 간의 우선적인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형 시장까지도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자동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광고 기술은 이제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들 간의 ‘관계’까지도 설계하고 관리하는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