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의 전쟁, 실시간 입찰
제4화
발행일: 2025년 05월 31일
회의실에서 나온 알렉스의 머릿속은 거대한 설계도로 가득 찼다. ‘광고 거래소(Ad Exchange)’라는 중앙 시장의 개념은 혁신적이었지만,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떠올릴수록 의문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식 시장은 개장과 폐장 시간이 있지만, 인터넷은 24시간 잠들지 않는다. 거래는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 거지? 누군가 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경매가 열린다는 건가? 그럼 가격은 누가 정하고, 누가 낙찰을 결정하지?’
그가 자신의 책상 위 노트에 복잡한 흐름도를 그리고 있을 때, 사라가 다가와 그의 노트를 슥 훑어보았다.
“그렇게 접근하면 길을 잃기 쉬워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빠졌거든.”
“가장 중요한 변수요?”
“‘시간’이에요. 따라와요. 엔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줄게.”
사라는 알렉스를 팀의 작은 브레인스토밍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곳의 화이트보드에는 단 한 명의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과정이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다.
- 사용자가 브라우저 주소창에
globalherald.com
을 입력하고 엔터를 친다. - 브라우저가 글로벌 헤럴드 서버에 페이지를 요청한다.
- 서버가 응답하여 HTML, CSS, Javascript 코드 등을 보낸다.
- 브라우저가 코드를 해석하여 화면에 기사와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한다.
- ...
- 페이지 로딩 완료.
“자, 알렉스. 우리가 만들 거래소는 이 과정 중 어느 시점에 개입해야 할까요?”
알렉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페이지가 다 로딩된 후에 광고를 보여주면 사용자는 이미 스크롤을 내리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을 것이다. 너무 늦다.
“4번과 5번 사이… 브라우저가 페이지를 그리는 도중에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광고가 들어갈 빈 공간을 마주치는 바로 그 순간에요.”
“빙고.”
사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 순간, 사용자의 브라우저는 ‘여기 300x250 사이즈의 광고 자리 하나 비었소! 살 사람 있소?’라고 우리 애드 익스체인지에 신호를 보내게 될 거예요. 우리는 그 신호를 받아서, 즉시 경매를 열고, 최고가에 낙찰된 광고를 다시 브라우저에 보내줘야 하죠.”
거기까지는 알렉스도 상상했던 바였다. 그러나 사라의 다음 말은 그의 상식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얼마 안에 끝나야 하느냐는 거예요.”
사라는 마커를 들어 화이트보드에 큼지막하게 숫자를 썼다.
‘100ms’
“100밀리초. 즉 0.1초. 인간이 눈을 한번 깜빡이는 시간의 3분의 1 안에, 애드 익스체인지는 수백 명의 잠재 구매자에게 경매 정보를 알리고, 입찰을 받고, 최고가 낙찰자를 결정하고, 그 광고를 다시 사용자에게 돌려보내는 모든 과정을 끝내야 해요.”
알렉스의 입이 저도 모르게 살짝 벌어졌다.
“0.1초요? 그건…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수치입니까? 단순히 서버 한두 대에서 처리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광고주들의 서버까지 신호가 오가야 할 텐데요.”
그의 반응은 당연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 공학의 영역을 넘어, 네트워크 물리학과 고빈도 금융 거래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래서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죠. 하지만 이게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0.1초를 넘어서는 순간, 사용자는 광고가 뜨기 전의 빈 공간을 보게 될 거고, 페이지 로딩이 느리다고 느끼게 될 테니까. 그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예요.”
사라는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약어를 추가했다.
RTB (Real-Time Bidding)
“우리는 이 0.1초의 전쟁을 ‘실시간 입찰’이라고 불러요. 애드 익스체인지가 ‘거래소’라는 공간이라면, RTB는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거래 방식’인 셈이죠.”
알렉스는 화이트보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삽입 주문서’라는 낡은 마차를 버리고 ‘애드 익스체인지’라는 고속도로를 설계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 위를 시속 수천 킬로미터로 달리는 레이싱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거대한 기술적 장벽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스탠퍼드에서 그가 풀었던 어떤 알고리즘 문제보다도 거대하고, 짜릿하며, 현실적인 도전이었다.
‘0.1초.’
그 짧은 시간이, 인터넷 광고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터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