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광고 거래소
제3화
발행일: 2025년 05월 31일
자리로 돌아온 알렉스의 머릿속은 온통 ‘글로벌 헤럴드’의 문제로 가득 차 있었다. 수백만 개의 페이지, 수억 번의 노출. 그리고 그중 90%가 버려진다는 잉여 인벤토리의 비명. 개별적인 나무(광고 계약)는 보았지만, 거대한 숲(인터넷 전체의 비효율)의 규모에 압도당한 기분이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스스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수많은 광고주와 수많은 매체사.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오직 전화와 이메일이라는 가느다란 실선뿐이었다. 이래서는 숲 전체에 물을 줄 수 없다. 몇몇 큰 나무에만 겨우 물을 대는 수준이다.
오후 3시. 데이비드 첸이 코어 팀 전원을 회의실로 소집했다. 평소보다 공기가 무겁고 진중했다.
데이비드는 별다른 서론 없이 마커를 집어 들고 화이트보드로 걸어갔다.
“존 밀러 씨의 고민, 다들 잘 들었을 겁니다. 문제의 본질은 간단합니다. 수작업으로는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 매체사는 남는 지면을 팔고 싶고, 광고주는 그 지면을 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둘을 연결할 효율적인 방법이 없죠.”
그는 화이트보드 왼편에 수많은 점을 찍었다. 그리고 그 옆에 ‘구매자 (광고주)’라고 적었다. 오른편에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점을 찍고 ‘판매자 (매체사)’라고 썼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점들을 하나하나 실로 연결해주려고 했습니다. 그게 ‘삽입 주문서’ 방식이었죠. 하지만 점이 수백만 개가 되면, 그건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닙니다.”
팀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데이비드는 양쪽의 점들을 향해 손을 뻗더니, 이내 중앙의 빈 공간을 손바닥으로 툭 쳤다.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직접 연결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한곳에 모여서 스스로 거래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주면 어떨까요?”
그는 화이트보드 중앙에 커다란 네모 상자를 그렸다. 그리고 양쪽의 점들로부터 수많은 화살표를 중앙의 상자로 향하게 그었다.
“생각해보세요. 주식 시장을. 누군가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팔고 싶을 때, 직접 구매자를 찾아다니지 않습니다. 그저 증권 거래소에 매도 주문을 넣을 뿐이죠. 반대로 사고 싶은 사람도 거래소에 매수 주문을 넣습니다. 거래소는 그 둘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자동으로 거래를 체결시키죠.”
데이비드가 잠시 말을 멈추고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만약… 이 광고 ‘자리’ 하나하나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순간, 알렉스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안개처럼 흩어져 있던 문제의 조각들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존 밀러의 90%에 달하는 잉여 인벤토리는 거래소에 상장된 수많은 주식과 같았다. 나이키 같은 대형 광고주부터 동네 피자 가게 주인까지, 모두가 이 시장의 참여자가 될 수 있다.
이메일과 엑셀은 증권사 객장에 앉아 전화로 주문을 넣던 과거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지금 그리려는 것은, 모든 거래가 1초에도 수천 번씩 자동으로 체결되는 나스닥(NASDAQ)이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오직 코드와 시스템의 논리로 돌아가는 거대한 자동화 시장.
그것만이 ‘규모의 저주’를 풀 유일한 열쇠였다.
데이비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팀원들의 반응을 살핀 뒤, 다시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돌렸다. 그는 중앙의 네모 상자 안에 큼지막하게 두 단어를 썼다.
Ad Exchange (광고 거래소)
알파벳 ‘X’가 마치 두 개의 화살표가 교차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 알렉스는 그 단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라가 옆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어때, 알렉스. 우리가 인터넷의 혈액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했지? 저게 바로 심장이 될 거야.”
회의실을 나오는 알렉스의 발걸음은 들어갈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이제 문제의 거대함에 압도당한 신입사원이 아니었다. 인류가 주식 시장을 발명해 자본주의를 꽃피웠듯, 자신들이 광고 거래소를 만들어 인터넷 경제의 새로운 판을 열 것이라는 확신에 찬 엔지니어였다.
심장은 설계되었다.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심장을 어떻게 코드로 뛰게 만드느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