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클린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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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5일

Ads Data Hub(ADH)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1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시장의 요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업들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다른 기업’의 1자 데이터와 결합하고 싶어 했다.

이러한 요구는 특히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대형 자동차 제조사인 ‘글로벌 모터스’와, 전국적인 주유소 체인을 가진 ‘에너지플러스’의 미팅.

글로벌 모터스 마케팅 담당자가 말했다.
“우리는 우리 전기차(EV) 모델을 구매한 고객 명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플러스는 자신들의 주유소 앱을 통해, 어떤 사용자가 전기차 충전소를 자주 이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죠. 만약 우리가 두 데이터를 합칠 수만 있다면, ‘우리 EV를 구매했지만 아직 경쟁사 충전소를 이용하는 고객’을 찾아내, 에너지플러스 충전소 할인 쿠폰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양사 모두에게 이득이죠.”

아이디어는 훌륭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에너지플러스의 데이터 책임자가 반박했다.
“절대 불가능합니다. 우리 고객 데이터는 회사의 최고 자산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고 글로벌 모터스나 구글 같은 제3자에게 넘깁니까? 마찬가지로 우리도 당신들의 고객 명단을 받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데이터 유출의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것은 풀 수 없는 딜레마처럼 보였다. 두 기업은 서로의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서로를 믿지 못했다. 각자의 소중한 데이터를 상대방에게 단 한 줄도 노출시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알렉스의 ‘차세대 광고 플랫폼 팀’은 ADH의 개념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팀의 브레인스토밍 세션. 알렉스는 화이트보드에 두 개의 분리된 원을 그렸다. 하나는 ‘글로벌 모터스 데이터’, 다른 하나는 ‘에너지플러스 데이터’였다.

“문제의 본질은 이 두 원이 직접 닿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두 원이 직접 닿지 않으면서도, 두 원의 ‘교집합’만을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제3의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요?”

이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개념이 바로 ‘데이터 클린룸(Data Clean Room)’이었다.

이름처럼, 외부의 오염(데이터 유출 및 프라이버시 침해)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깨끗한 방’ 안에서만 데이터 작업을 허용하자는 개념이었다.

사라가 데이터 클린룸의 작동 원리를 구체화했다.

  1. 중립 지대 생성: 구글은 특정 두 기업(A사와 B사)만을 위한, 임시적이고 완전히 격리된 클라우드 공간, 즉 ‘클린룸’을 생성한다. 이 공간은 A사, B사, 그리고 구글조차도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는 완벽한 블랙박스다.
  2. 암호화된 데이터 입고: A사와 B사는 각자 자신들의 1자 데이터(예: 암호화된 고객 이메일 목록)를 클린룸으로 전송한다. 데이터는 클린룸에 도착하는 순간, 추가적인 암호화 과정을 거친다.
  3. 내부에서의 매칭: 클린룸 내부의 자동화된 프로세스가 두 데이터를 비교하여, 양쪽에 모두 존재하는 사용자(교집합)의 목록을 찾아낸다. 이 모든 과정은 외부에서 관찰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
  4. 활성화 신호 전송: 매칭이 완료되면, 클린룸은 결과 자체를 외부로 반출하는 대신, 광고 시스템에 ‘ID 목록 [abc, def, xyz]는 이제 타겟팅 가능한 그룹으로 활성화되었다’는 신호만을 보낸다. A사와 B사는 자신들의 어떤 고객이 겹쳤는지 개별적으로 알 수 없으며, 오직 ‘N명의 고객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광고 그룹이 생성되었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이것은 기업 간 데이터 협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방식이었다. 더 이상 서로의 데이터를 교환하거나 신뢰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합의된 규칙에 따라, 중립적인 기술 플랫폼 안에서 원하는 결과만을 안전하게 얻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렉스에게는 이 데이터 클린룸의 핵심 기술인 ‘다자간 보안 컴퓨팅(Secure Multi-Party Computation)’ 기술을 연구하고, 프로토타입에 적용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여러 당사자가 각자의 비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그 정보들을 모두 합쳤을 때의 계산 결과만을 얻어내는 암호학의 한 분야였다.

그는 복잡한 암호학 논문을 읽으며, 기술이 어떻게 비즈니스의 ‘불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과거에는 계약서와 법률 자문에 의존했던 기업 간의 데이터 파트너십이, 이제는 코드와 암호학적 증명에 의해 보장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데이터 클린룸은 쿠키 없는 미래에 1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가장 진보된 형태의 무기였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이제 단순한 광고 플랫폼 개발자를 넘어, 기업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데이터 경제의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디지털 시대의 외교관이자 공증인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