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 타겟팅의 귀환
제55화
발행일: 2025년 06월 26일
팀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데이터 클린룸 같은 최첨단 기술들을 개발하며 쿠키 없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항상 가장 복잡하고 새로운 문제들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오래된 기술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쿠키의 종말이 예고되자, 광고주들은 당장 눈앞의 성과 하락을 걱정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아직 개발 중이었고, 데이터 클린룸은 모든 기업이 활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그들은 “그래서 당장 내일부터 우리는 어떻게 광고해야 합니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팀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술을 다시 수면 위로 꺼내 올렸다. 바로 ‘컨텍스트 타겟팅(Contextual Targeting)’이었다.
컨텍스트 타겟팅은 프로그래머틱 광고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었다. 그 원리는 단순했다. ‘사용자’를 추적하는 대신, 사용자가 보고 있는 ‘페이지의 콘텐츠’를 분석하여 관련성 높은 광고를 매칭하는 것. 예를 들어, ‘자동차’라는 단어가 많이 포함된 기사 페이지에는 자동차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었다.
과거에 이 기술은 DMP나 리타겟팅 같은 사용자 기반 타겟팅 기술에 밀려 ‘구식’으로 취급받았다. 키워드 매칭 수준의 단순한 방식으로는 사용자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은 그 사이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다.
데이비드는 팀 회의에서 ‘현대적인 컨텍스트 타겟팅’의 가능성에 대해 역설했다.
“여러분, 우리가 아는 과거의 컨텍스트 타겟팅을 잊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술입니다.”
그는 구글의 AI 연구팀이 이룩한 NLP 기술의 발전을 설명했다.
“과거의 기술은 단순히 페이지에 ‘자동차’라는 키워드가 몇 번 나오는지만 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NLP 모델은, 문장 전체의 의미와 뉘앙스를 이해합니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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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1: 자동차 전문 리뷰어가 쓴 ‘신형 SUV 시승기’ 기사.
- 과거: ‘자동차’ 키워드 발견 -> 자동차 광고 노출.
- 현대: 모델은 이 기사가 ‘자동차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을 위한 ‘긍정적인’ 톤의 리뷰임을 이해한다. -> 신차 프로모션 광고나 시승 신청 광고를 매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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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2: 사회부 기자가 쓴 ‘음주운전으로 인한 끔찍한 자동차 사고’ 기사.
- 과거: ‘자동차’ 키워드 발견 -> 자동차 광고 노출. (최악의 조합)
- 현대: 모델은 이 기사가 ‘자동차’와 관련되었지만, ‘사고’, ‘위험’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음을 감지한다. -> 이 페이지에는 자동차 광고를 절대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규칙을 적용한다.
알렉스는 그 설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것은 단순한 키워드 매칭이 아니었다. 기계가 인간처럼 글을 읽고, 그 맥락과 감정까지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더 나아가 이미지와 동영상까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말을 이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페이지의 이미지가 해변인지, 산인지, 도시인지를 인식하고, 영상의 내용을 분석하여 그와 관련된 광고를 매칭할 수도 있습니다.”
쿠키가 사라지면서 사용자 추적이 어려워지자, 이 고전적인 기술은 AI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 화려하게 부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컨텍스트 타겟팅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GDPR이나 쿠키 정책과 같은 프라이버시 규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알렉스의 팀은 이 ‘차세대 컨텍스트 타겟팅 엔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의 역할은 구글의 방대한 웹 크롤링(Crawling) 시스템과 최신 NLP 모델을 연동하여, 수십억 개의 웹페이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각 페이지의 주제, 핵심 개체, 긍정/부정 뉘앙스 등을 나타내는 ‘컨텍스트 메타데이터(Contextual Metadata)’를 생성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는 시스템을 설계하며, 기술의 발전이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이디어를 현재의 기술로 재해석하여 그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래를 향한 길이 막혔을 때, 때로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 새로운 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었다. 컨텍스트 타겟팅의 귀환은, 위기 속에서 대안을 찾아 나선 광고 기술의 유연하고 실용적인 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