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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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02일

알렉스는 며칠 동안 자신의 책상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의 모니터는 두 개로 나뉘어, 한쪽에는 DSP 연동 규격서가, 다른 한쪽에는 SSP의 관점에서 본 요구사항 목록이 빼곡했다. 그는 마치 두 명의 변호사가 되어, 구매자의 권리와 판매자의 권리를 동시에 대변하며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는 듯했다.

최저 입찰가(Floor Price), 우선 거래권(Preferred Deals), 특정 광고주 차단(Advertiser Blocklist)… SSP가 요구할 법한 기능들은 끝이 없었다. 구매자의 자율성과 판매자의 통제권. 이 둘 사이의 완벽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했다.

머리가 터질 것 같던 어느 오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팀의 공동 화이트보드로 향했다. 글로만 보던 개념들을 직접 그려봐야 했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그가 막 화이트보드에 ‘Ad Exchange’라는 중앙 상자를 그렸을 때, 앳된 얼굴의 인턴 한 명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알렉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이제 막 팀에 합류한 인턴, 레오였다.

“물론이죠, 레오. 뭐든 물어봐요.”

“사실…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저희 팀은 광고 거래소를 만든다고 들었는데, 누구는 DSP 얘기를 하고, 또 누구는 SSP 얘기를 합니다. 대체 이 모든 게 어떻게 연결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불과 몇 주 전, 알렉스 자신이 가졌던 질문과 똑같았다. 알렉스는 미소를 지으며 레오에게 마커 하나를 건넸다.

“좋은 질문이에요. 나도 그랬거든. 같이 한번 그려볼까요? 이 모든 게 어떻게 하나의 그림이 되는지.”

알렉스는 화이트보드 맨 꼭대기에 사람 아이콘을 하나 그렸다.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돼요. 사용자 A가 글로벌 헤럴드에 접속하는 순간.”

그는 화살표를 아래로 내렸다.

“1. 브라우저가 광고가 들어갈 빈 공간을 발견하고, 글로벌 헤럴드의 ‘SSP’에 신호를 보냅니다. SSP는 판매 대리인이죠. SSP는 이렇게 외쳐요. ‘여기 300x250 사이즈 자리 하나 나왔소! 최소 0.5달러 이상에 팔 거요!’”

알렉스는 SSP 상자 아래에 여러 개의 화살표를 그렸다. 그중 하나가 중앙의 애드 익스체인지를 향했다.

“2. SSP는 이 판매 정보를 여러 시장에 동시에 알립니다. 우리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도 그중 하나죠. 우리 거래소는 이 정보를 받아서, 즉시 연결된 모든 구매 대리인, 즉 ‘DSP’들에게 경매 시작을 알립니다.”

알렉스는 애드 익스체인지에서 뻗어 나가는 여러 개의 화살표를 그렸다. 그리고 그 끝에 두 개의 DSP 상자를 만들었다.

“3. 예를 들어 DSP-A는 나이키의 대리인, DSP-B는 아디다스의 대리인이라고 합시다. DSP-A는 경매 정보를 보고 판단해요. ‘오, 샌프란시스코 거주 20대 남성? 우리 새 러닝화의 완벽한 타겟이군! 1.2달러에 입찰!’ 반면 DSP-B는 ‘음, 우리 타겟과도 맞지만 최우선 순위는 아니야. 0.9달러에 입찰!’이라고 결정하죠.”

입찰가는 다시 화살표를 타고 애드 익스체인지로 돌아왔다.

“4. 우리 애드 익스체인지는 모든 입찰가를 비교해서, 나이키의 1.2달러가 최고가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즉시 SSP에게 결과를 통보하죠. ‘나이키가 1.2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마지막 화살표가 SSP를 거쳐, 다시 페이지를 로딩 중인 사용자의 브라우저로 향했다.

“5. SSP는 모든 시장에서 들어온 낙찰가 중 구글의 1.2달러가 가장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사용자 브라우저에 ‘나이키 광고를 보여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면 사용자는 페이지에서 나이키 광고를 보게 되는 거죠.”

알렉스는 마커를 내려놓았다. 화이트보드에는 복잡하지만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흐름도가 그려져 있었다.

레오는 경외감에 찬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이 모든 과정이 대체 얼마 만에 일어나는 건가요?”

알렉스는 그림의 맨 아래에 답을 적었다.

“100밀리초 안에.”

그 순간, 알렉스는 스스로 전율했다. 이것은 단순한 시스템 설계도가 아니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많은 참여자들이 코드라는 규칙 아래 상호작용하며 가치를 만들어내는, 살아 숨 쉬는 생태계 그 자체였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자신의 코드가 이 거대한 유기체의 어느 혈관을 타고 흐르게 될지 명확하게 보았다. 온보딩은 끝났다.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