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사를 위한 방패, 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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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02일

알렉스는 비로소 그림의 전체 윤곽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왼쪽에는 ‘광고주’가 ‘DSP’라는 자동화된 조종석에 앉아 있다. 오른쪽에는 ‘매체사’가 상품을 진열한다. 그리고 중앙에는 ‘광고 거래소’라는 거대한 시장이 ‘RTB’라는 규칙에 따라 0.1초마다 열린다. 완벽한 삼각형 구도였다.

그는 새로 작성한 DSP 연동 규격서 초안을 검토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사라의 질문 하나에 곧바로 사라졌다.

“알렉스, 좋은 비유를 하나 해볼까요? 당신이 아주 희귀한 한정판 운동화를 가지고 있다고 칩시다. 그걸 팔고 싶은데, 구매 희망자가 수십 명이에요. 당신은 어떻게 팔 건가요?”

“음… 당연히 구매 희망자들을 모두 모아서 경매에 부치겠습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에게 팔아야죠.”

“정답. 그럼 우리 ‘글로벌 헤럴드’의 존 밀러 씨 입장으로 돌아가 보죠. 그가 가진 ‘메인 페이지 최상단 배너’라는 한정판 운동화가 있어요. 그런데 그걸 살 수 있는 시장이 우리 구글의 애드 익스체인지 하나뿐이라면, 그게 과연 그에게 최선일까요?”

순간 알렉스의 머릿속이 쨍하고 울렸다.

그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구글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구글의 애드 익스체인지라는 단 하나의, 중앙화된 시장. 하지만 매체사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구글뿐만 아니라,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 혹은 다른 신생 테크 기업들도 자신들의 광고 거래소를 만들 수 있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상품을 가장 비싸게 사줄 시장에 내놓고 싶어 한다. 여러 시장에 동시에 상품을 보여주고, 그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파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 말은… 글로벌 헤럴드가 우리 애드 익스체인지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거래소와도 동시에 연동하고 싶어 할 거라는 뜻이군요.”

알렉스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문제가 생기죠. 여러 거래소에 동시에 연동하려면 각각의 기술 규격에 맞춰 개발해야 하고, 어느 거래소의 입찰가가 더 높은지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결정하는 복잡한 로직을 직접 구현해야 해요. 존 밀러 씨가 그걸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죠.”

사라는 다시 한번 화이트보드로 향했다. 그녀는 ‘판매자(매체사)’와 ‘광고 거래소’ 사이에 새로운 네모 상자를 그렸다.

“DSP가 광고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에이전트’라면, 매체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에이전트도 필요해요. 매체사를 대신해서, 모든 구매자(DSP 혹은 여러 애드 익스체인지)의 제안을 한꺼번에 받고, 그중 최고가를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소프트웨어 말이죠.”

그녀는 상자 안에 세 글자를 적었다.

SSP

“Supply-Side Platform. 공급 측 플랫폼.”

알렉스는 무릎을 쳤다. 비어 있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DSP가 광고주를 위한 ‘창’이라면, SSP는 매체사를 위한 ‘방패’였다. 자신의 광고 지면이 헐값에 팔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수익을 극대화해주는 방패.

사라의 설명이 이어졌다.

“SSP의 역할은 명확해요. 첫째,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여러 수요처(DSP, Ad Exchange)를 관리하게 해준다. 둘째, 모든 입찰 요청을 동시에 받아서, 마치 폭포수가 흐르듯 순차적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찾아내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이나, 모든 입찰가를 한 번에 비교하는 더 진보된 방식을 통해 최고 수익을 보장한다.”

그제야 알렉스는 이 생태계가 단순히 한 개의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문화된 도구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경쟁하고 협력하는, 훨씬 더 복잡하고 유기적인 구조였다.

데이비드는 알렉스에게 그의 다음 과제를 명확히 했다.

“알렉스, 자네가 만든 DSP 연동 규격서를 다시 검토하게. 이번엔 SSP의 관점에서. 만약 자네가 매체사의 수익을 책임지는 SSP 개발자라면, 우리 애드 익스체인지에 어떤 기능을 요구하겠나? 예를 들어, ‘이 광고 지면은 최소 0.5달러 이하는 받지 않겠다’는 ‘최저 입찰가(Floor Price)’를 설정하는 기능 같은 것들 말이야.”

알렉스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 그는 구매자의 입장과 판매자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코드는 더 이상 한쪽 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시장의 균형을 잡는, 저울의 눈금을 설계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