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법정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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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09일

팀이 ‘자율 경제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북극성을 향해 첫발을 내딛던 평화로운 오후. 그 평화는 단 하나의 뉴스 헤드라인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사무실의 모든 스크린에 긴급 속보 알림이 동시에 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1면이었다.

“미 법무부(DOJ),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 제기… ‘디지털 광고 시장 독점’ 혐의”

사무실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커피를 마시던 사람, 코드를 작성하던 사람, 회의를 하던 사람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것은 지난 몇 년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그러나 설마 현실이 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던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미국 정부가, 구글이라는 거대 제국의 심장을 정면으로 겨눈 것이다.

데이비드는 즉시 회사 법무팀의 최고 책임자와의 화상 회의를 소집했다. 알렉스도 기술 부문 책임자 자격으로 배석했다. 법무팀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이번 소송은 과거의 벌금이나 시정 명령 수준이 아닙니다. 법무부는 우리의 광고 기술 사업 부문, 특히 애드 익스체인지와 광고 서버 사업의 ‘강제 분할(Break-up)’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제 분할. 그 단어는 회사를 둘로 쪼개겠다는 의미였다.

법무팀장은 소송의 핵심 논리를 설명했다.
“법무부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의 거의 모든 주요 역할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렸다.
“생각해보십시오. 뉴욕 증권거래소가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증권거래소의 소유주가, 주식을 팔려는 판매자 측의 가장 큰 증권사(SSP 역할)와, 주식을 사려는 구매자 측의 가장 큰 증권사(DSP 역할)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명백한 이해 상충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시장의 규칙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경매 과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하여 광고주와 매체사 양쪽 모두로부터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를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애드 익스체인지가 공정한 시장이 아니라, 구글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조작된 게임판’이라는 겁니다.”

알렉스는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조작된 게임판이라니. Latency를 1밀리초라도 줄이기 위해 밤을 새우고, 광고 사기를 막기 위해 머신러닝 모델을 도입하고, 브랜드 안전성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만들었던 지난 10여 년의 세월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모든 기술적 성취가, 이제는 탐욕스러운 독점 기업의 증거물로 둔갑하고 있었다.

이제 이 싸움은 더 이상 경쟁사와의 기술 전쟁이 아니었다. 국가 권력을 등에 업은 거대한 상대와, 자신들이 만들어온 모든 것의 ‘정당성’과 ‘역사’를 걸고 싸워야 하는, 명예를 건 법정 투쟁이었다.

데이비드는 알렉스에게 무거운 임무를 부여했다.
“알렉스, 자네와 자네 팀은 이제 법무팀의 기술 지원을 총괄하게 될 걸세. 법무부는 우리에게 지난 10여 년간의 모든 이메일, 회의록, 설계 문서, 그리고 ‘소스 코드’까지 증거로 요구할 거야.”

“자네의 임무는, 우리의 코드가 ‘독점’이 아닌 ‘효율’을 위해, ‘조작’이 아닌 ‘혁신’을 위해 작성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네. 자네가 써온 그 ‘연대기’가, 이제는 법정에서 우리의 역사를 변호할 가장 중요한 증언이 될지도 몰라.”

알렉스는 자신의 어깨에 놓인 거대한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 그는 이제 엔지니어를 넘어,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변호인이 되어야 했다. 그의 코드는, 그의 설계 문서는, 그의 모든 기록은 이제 잠재적인 법적 증거물이 되었다.

‘세기의 대결’은 P&G 캠페인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시작되었다. 구글이라는 기술 제국과, 그 제국의 해체를 요구하는 미국 정부와의 싸움. 이 기나긴 법정 다툼의 결과에 따라, 알렉스가 평생을 바쳐 만들어온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세계는 존속하거나, 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