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베를린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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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02일

1862년, 유럽 대륙의 심장부는 뜨거운 열기로 넘실거렸다. 증기기관차가 뿜어내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공장의 굴뚝에서는 산업혁명의 노래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변화의 바람은 비단 경제와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학문의 세계 역시 낡은 권위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으로 꿈틀거렸다.

특히 수학의 세계는 겉보기에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듯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벼려낸 미적분이라는 강력한 도구는 물리학과 공학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었다. 복잡한 자연 현상을 명쾌한 수식으로 풀어내고, 거대한 건축물의 설계를 가능케 하는 수학의 힘은 당대 지성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외피 아래, 수학의 기초는 마치 사상누각처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한히 작은 것’, 즉 무한소(infinitesimal)라는 개념은 미적분학의 핵심이었지만, 그 정체는 여전히 모호했다. 그것은 때로는 0이었다가, 때로는 0이 아닌 어떤 값으로 변신하며 수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마치 요술 지팡이처럼 편리했지만, 그 근본을 파고들수록 논리적 허점들이 드러났다. 엄밀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 상황은 참을 수 없는 모순이었다. 혼돈 속에 질서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져가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훗날 수학의 역사를 뒤바꿀 한 소년이 자라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게오르크 페르디난트 루트비히 필리프 칸토르.

본래 칸토르 가문은 덴마크계 유대인 상인 집안으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게오르크 칸토르가 태어난 곳도 바로 그곳이었다. 그의 아버지, 게오르크 발데마르 칸토르는 성공한 상인이자 주식 중개인이었고, 어머니 마리아 아나 뵈미는 러시아 황실 오케스트라 단원의 딸로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여인이었다. 덕분에 어린 칸토르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다양한 예술을 접하며 자라날 수 있었다. 바이올린 연주와 그림 그리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현란한 음표나 다채로운 물감이 아니었다. 차갑고 명료한,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매혹을 지닌 숫자의 세계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유독 수와 계산에 깊은 흥미를 보였다.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펼쳐진 수들의 향연, 그 안에 숨겨진 질서와 패턴은 어린 칸토르에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의 내면에는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깊은 종교적 신념 또한 자리 잡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에게 수학적 탐구는 신이 창조한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경건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이러한 열정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게오르크 발데마르 칸토르는 아들이 가문의 사업을 돕거나, 적어도 당시 각광받던 실용적인 학문인 공학을 전공하여 안정적인 미래를 개척하길 바랐다.

“게오르크, 네 재능은 안다만… 그 숫자놀음은 배고픈 학문이다.”

아버지의 낮은 목소리에는 아들에 대한 걱정과 못마땅함이 섞여 있었다. 거실 벽난로의 불빛이 아버지의 단호한 얼굴 위로 어른거렸다. 어린 칸토르는 아버지의 육중한 기대를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차마 자신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소년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무한’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직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고픈 강렬한 열망이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아버지의 반대는 오히려 그의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었다.

훗날 칸토르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아버지, 저의 운명은 제가 선택해야 합니다. 저의 모든 행복은 제가 선택한 길에 달려있습니다.”

그의 나이 불과 열일곱.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주한 후, 칸토르는 마침내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내어 취리히 공과대학에 입학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공학을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가슴은 오직 순수 수학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혼돈과 가능성이 공존하던 베를린의 공기 속에서, 칸토르의 위대한 여정은 그렇게 막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 무한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은 영광과 고통이 함께하는 험난한 길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