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낙원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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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11일

괴팅겐의 뒤늦은 찬사와 학계의 점진적인 인정에도 불구하고, 게오르크 칸토르의 개인적인 삶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가 평생을 바쳐 탐험했던 무한의 낙원은 그에게 영광과 동시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이제 그는 그 자신이 만들어낸 낙원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보였다.

그의 우울증은 만성화되어 삶의 황혼기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건강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병마가 다시 찾아와 그를 요양원의 차가운 침상으로 밀어 넣었다. 한때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의 명민한 두뇌는 이제 잦은 혼란과 망상에 시달렸고, 수학 연구에 집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연속체 가설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었다.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알레프 수들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녔고, 증명되지 못한 가설의 무게가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는 때때로 자신의 과거 연구 노트를 뒤적이며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 했지만, 흐릿해진 기억과 쇠약해진 정신력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요양원에서의 생활은 단조롭고 고독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계절의 변화만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줄 뿐, 그의 삶은 마치 멈춰버린 시계처럼 정체되어 있었다. 간간히 찾아오는 가족이나 소수의 제자들이 전해주는 수학계의 소식은 그에게 잠시나마 과거의 열정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것은 곧 깊은 상실감과 무력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업적들이 이제야 세상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그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너무 늦어버린 인정이었고, 그는 이미 그 영광을 누릴 만한 기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는 마치 자신이 쏘아 올린 로켓이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는 것을 땅 위의 병상에서 힘없이 바라보는 발명가와도 같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말년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라는 미증유의 재앙과 겹쳤다. 전쟁으로 인해 독일의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기본적인 식량과 생필품마저 구하기 어려운 궁핍한 생활이 이어졌다. 칸토르 역시 이러한 시대적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의 연금은 휴지 조각이 되었고, 그는 영양실조와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한때 무한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위대한 정신은 이제 굶주림과 질병이라는 현실적인 고통 앞에서 무력하게 스러져가고 있었다. 그가 그토록 탐구했던 ‘무한’이라는 개념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유한하고 비참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깊은 회한에 잠겼다고 전해진다. 만약 자신이 수학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평범하지만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무한이라는 위험하고 매혹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처절한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까? 그러나 그러한 후회는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끝까지 걸어왔고, 그 길의 끝에는 이제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만이 남아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더 이상 크로네커와 같은 적대자도, 힐베르트와 같은 옹호자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병실의 공기와 희미하게 들려오는 전쟁의 소음만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무한의 낙원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결국 그 낙원의 가장 어둡고 외진 구석에서 스러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때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려 했던 그의 빛나던 눈은 이제 초점을 잃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더 이상 복잡한 수학 기호나 철학적인 사유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통받는 한 명의 늙고 병든 인간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육신이 스러져갈수록, 역설적으로 그가 남긴 정신적 유산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가 열었던 무한의 문은 이미 새로운 세대의 수학자들에 의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발견들은 수학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었다.

칸토르의 말년은 비극적이었지만, 그의 삶 전체는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 지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과 고뇌는 그의 위대한 업적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훈장이 되었다. 그의 마지막 숨결은 차갑고 쓸쓸했지만, 그가 남긴 불멸의 아이디어들은 수학의 역사 속에서 영원히 타오를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