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결, 웹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
제28화
발행일: 2025년 05월 05일
리액트 생태계의 태동은 단순한 라이브러리 몇 개의 등장을 넘어선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마치 조용한 호수 표면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가 만들어낸 파문이 점점 커져 호수 전체를 뒤흔드는 것처럼, 웹 개발 세계 전체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초기의 격렬했던 비판과 논란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그 기세는 한풀 꺾이고 있었다. 리액트를 직접 사용해 본 개발자들의 긍정적인 경험담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고, 플럭스 아키텍처와 리액트 라우터의 등장은 'Just the V'라는 약점을 상당 부분 해소해주었다. 이제 리액트는 더 이상 '괴짜들의 실험적인 장난감'이 아니었다. 복잡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히 '더 빠르다'거나 '코드가 줄었다'는 표면적인 이유에만 있지 않았다. 리액트는 개발자들이 UI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었다.
첫째, 명령형(Imperative)에서 선언형(Declarative)으로의 전환.
과거 제이쿼리 시대의 개발자들은 마치 공사 현장의 십장처럼, 브라우저에게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했다. "저기 저 버튼(#myButton)을 찾아서, 클래스('active')를 추가하고, 텍스트를 '클릭됨'으로 바꿔라!" 모든 단계를 세세하게 지시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거나 로직이 꼬이기 쉬웠다.
하지만 리액트는 개발자를 '설계자'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개발자는 단지 "현재 상태(State)가 이러이러하니, UI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선언' 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리액트가 알아서 최적의 방법으로 실제 DOM을 조작하여 그 선언된 모습과 일치시켜 주었다. 개발자는 더 이상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하는 대신, '무엇'을 보여줄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선언적인 접근 방식은 코드의 가독성을 높이고,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하며, 버그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었다.
둘째, 페이지 중심에서 컴포넌트 중심으로의 전환.
기존에는 웹 페이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보고 개발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리액트는 UI를 독립적이고 재사용 가능한 '컴포넌트(Component)' 단위로 잘게 쪼개어 조립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버튼, 입력창, 사용자 프로필 카드, 댓글 목록… 모든 것이 레고 블록 같은 컴포넌트가 되었다.
이 컴포넌트 기반 개발(CBD) 방식은 혁명적이었다. 각 컴포넌트는 자신만의 상태와 로직, 렌더링 방식을 가지며 독립적으로 작동했다. 덕분에 코드의 재사용성이 극대화되었고, 특정 부분의 수정이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유지보수가 용이해졌다. 마치 잘 설계된 부품 공장처럼, 개발자들은 표준화된 컴포넌트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조립하여 거대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향력의 확산
리액트가 제시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강력함은 경쟁 기술 진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마치 강력한 신흥 강자의 등장에 기존의 강대국들이 긴장하며 변화를 모색하듯.
- 앵귤러(Angular): 초기 버전(AngularJS)의 복잡성과 성능 문제에 대한 비판 속에서, 이후 버전(Angular 2 이상)에서는 리액트의 영향을 받아 컴포넌트 기반 아키텍처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성능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엠버(Ember.js): 역시 리액트의 가상 DOM 개념에 자극받아 'Glimmer'라는 자체적인 고성능 렌더링 엔진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다.
- 뷰(Vue.js): 리액트의 장점(가상 DOM, 컴포넌트)과 앵귤러의 장점(쉬운 사용성, 풍부한 기능)을 결합하려는 시도 속에서 탄생한 뷰는, 리액트가 일으킨 변화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리액트의 아이디어들은 더 이상 페이스북만의 것이 아니었다. 가상 DOM, 컴포넌트 아키텍처, 선언적 UI는 웹 개발의 새로운 '표준 언어'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다른 프레임워크들도 이를 수용하거나 혹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진화해나갔다.
웹 개발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그것은 마치 거대한 댐의 수문이 열리듯, 서서히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제이쿼리로 대표되던 'DOM 직접 조작'의 시대가 저물고, 리액트가 선도하는 '선언적 컴포넌트'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전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많은 개발자들이 익숙한 방식에 머물렀고, 변화에 대한 저항감도 존재했다. 하지만 시대의 물결은 명백히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조던 워크가 던졌던 작은 질문, "왜 UI 개발은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는가?"에서 시작된 여정은, 이제 웹 개발 전체의 지형도를 바꾸는 거대한 혁명의 서막을 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