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투입, 최종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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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10일

Zustand는 이제 단순한 실험실의 창조물이 아니었다. 선택적 구독이라는 날카로운 창과 미들웨어, 시간 여행 디버깅이라는 견고한 방패까지 갖춘, 제법 그럴듯한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실전에서 증명되지 않으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증명해야 해. 이 녀석의 가치를.’

다이시 카토의 눈빛이 결연하게 빛났다. 그의 시선은 ‘아틀라스’ 프로젝트의 코드베이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칫덩어리였던 실시간 재고 및 가격 변동 관리 모듈로 향했다. 수많은 Context Provider가 얽히고설켜 있고, useReducer의 보일러플레이트가 난무하며, 불필요한 렌더링으로 인해 성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바로 그곳.

“켄지 상,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카토는 켄지를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마저 서려 있었다.

“현재 재고 관리 모듈의 상태 관리를… 제가 만든 Zustand로 교체해보고 싶습니다.”

켄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는 잠시 말을 잃고 카토를 응시했다. 회의실 공기가 순간 싸늘하게 얼어붙는 듯했다.

“카토 상, 진심인가? 지금 프로젝트 중반이야. 검증되지 않은, 심지어 자네가 직접 만든 라이브러리를 실 서비스 코드에 적용하겠다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켄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명백한 우려와 반대가 담겨 있었다. 그의 걱정은 당연했다. 마감일은 다가오고, 기능은 쌓여있는데,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버그를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실험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도박과 같았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더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카토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Zustand가 어떻게 Context의 문제점을 해결하는지, 코드량이 얼마나 줄어들고 성능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 그리고 Redux DevTools를 통한 디버깅의 용이성까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물론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 압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책임지겠습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즉시 원복하고 해결하겠습니다. 딱 일주일만… 아니, 사흘만 시간을 주십시오.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카토의 확신에 찬 눈빛과 단호한 어조. 그리고 그가 보여준 데모와 코드에서 느껴지는 잠재력. 켄지는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위험성과 가능성이 치열하게 저울질되고 있었다.

마침내, 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좋네. 딱 사흘 주지. 하지만 약속하게. 조금이라도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즉시 중단하고 원래 코드로 되돌리는 걸로.”

“넷! 감사합니다!”

카토는 자신도 모르게 외치며 고개를 숙였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것은 단순한 허락이 아니었다. 동료의 신뢰이자, Zustand의 미래가 걸린 첫 번째 시험대였다.

그날부터 카토는 전쟁 같은 사흘을 보냈다. 그는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키보드를 두드렸다. 기존의 복잡했던 Context Provider 설정과 useReducer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거침없이 삭제해 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간결한 create 함수와 useStore 훅으로 채워 넣었다.

// 기존 코드 (수십~수백 라인)
// <StockProvider>
//   <PriceProvider>
//     <DiscountProvider>
//       {/* ... 컴포넌트 ... */}
//     </DiscountProvider>
//   </PriceProvider>
// </StockProvider>
// + 각 Provider 내부의 useReducer 로직, 액션 타입 정의 등등...

// Zustand로 변경 후 (훨씬 간결)
import { create } from 'zustand';
import { devtools } from 'zustand/middleware';

const useProductStore = create(
  devtools((set, get) => ({
    stock: 100,
    price: 10000,
    discountRate: 0.1,
    // 재고 차감 로직
    decreaseStock: (amount) => set((state) => ({ stock: Math.max(0, state.stock - amount) })),
    // 가격 업데이트 로직 (예: 외부 API 연동)
    updatePrice: async () => {
      const newPrice = await fetch('/api/price').then((res) => res.json());
      set({ price: newPrice });
    },
    // 최종 가격 계산 (derived state)
    getFinalPrice: () => get().price * (1 - get().discountRate),
  }))
);

// 컴포넌트 내부
const stock = useProductStore((state) => state.stock);
const finalPrice = useProductStore((state) => state.getFinalPrice());
const decreaseStock = useProductStore((state) => state.decreaseStock);

코드를 작성하면서 카토 스스로도 놀랐다. 수백 줄에 달했던 상태 관리 코드가 불과 몇십 줄로 줄어들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로직은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변했다. 마치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날렵한 경장으로 갈아입은 기분이었다.

리팩토링을 마친 후, 떨리는 마음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React DevTools를 켰다. 그리고 재고 변경, 가격 업데이트 등 다양한 액션을 수행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전에는 사소한 상태 변경 하나에도 수많은 컴포넌트가 번쩍이며 리렌더링되던 화면이, 이제는 정확히 필요한 컴포넌트만 반응했다. 불필요한 렌더링이 극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의 반응 속도 또한 눈에 띄게 빨라졌다. 체감 성능 개선이 명확했다.

약속한 사흘째 되는 날, 카토는 팀원들 앞에서 리팩토링 결과를 시연했다. 코드 비교, 성능 측정 데이터, 그리고 Redux DevTools를 이용한 디버깅 시연까지.

팀원들은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명백한 데이터와 부드러워진 애플리케이션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자 점차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간결해진 코드와 향상된 성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시연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의 시선이 켄지에게 향했다. 켄지는 팔짱을 낀 채 말없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토 상.”

“……”

“이건… 정말 통하는군.”

그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인정이 섞여 있었다. 카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가장 큰 산을 넘은 기분이었다.

Zustand는 혹독한 실전 테스트를 통과했다. 실험실의 아이디어가 실제 프로젝트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증명해낸 것이다. 내부적인 확신. 이것은 카토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성과였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큰 시작을 위한 발판이었다. 이 작은 라이브러리가 가진 가능성. 어쩌면 이것은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넘어, 더 많은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카토의 마음속에 새로운 불씨가 지펴지기 시작했다. 세상을 향한 문을 두드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