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ustand 1.0 세상에 문을 두드리다
제11화
발행일: 2025년 05월 11일
아틀라스 프로젝트의 재고 관리 모듈은 눈에 띄게 안정화되었다. 골칫덩어리였던 성능 문제는 자취를 감추었고, 복잡하게 얽혔던 상태 관리 코드는 놀랍도록 간결해졌다. 팀 동료들은 처음의 의심을 거두고 Zustand의 효율성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카토는 내부적으로 확실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종류의 파문이 일고 있었다.
‘나만 편해진 건가?’
밤샘 디버깅으로 눈이 뻑뻑했던 날들, 불필요한 렌더링과의 지긋지긋한 싸움, 좀비 차일드라는 유령에 시달렸던 시간들… 그 고통은 생생했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결코 다이시 카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전 세계 수많은 React 개발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Context API와 useReducer
의 한계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터였다. 그들 역시 똑같은 문제로 밤을 지새우고, 좌절하고, 어쩌면 React 자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겪었던 고통…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
Zustand는 그 고통 속에서 태어난 해결책이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분명 많은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터였다. 이 작은 발견을 그저 자신과 팀만을 위해 가둬두는 것은… 어딘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소스 정신이란 결국,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결심했어.”
카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에는 새로운 결의가 서려 있었다. Zustand를 세상에 내놓기로.
하지만 단순히 코드를 던져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오픈소스는 책임감을 동반하는 행위다.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기댈 곳이 있어야 했다.
그날부터 카토는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쪼개 Zustand를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README 파일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단순한 API 설명을 넘어, Zustand가 탄생하게 된 배경,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핵심 철학까지 담아내려 노력했다. 왜 이 라이브러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마치 낯선 도시에 처음 도착한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처럼, 사용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명확하고 상세하게 작성했다.
다음은 사용 예제였다. 백 마디 설명보다 하나의 잘 짜인 예제가 더 강력할 때가 많다. 기본적인 카운터 예제부터, 비동기 데이터를 다루는 법, 미들웨어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담은 코드 조각들을 꼼꼼하게 만들었다. 사용자들이 코드를 복사해서 바로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최대한 실용적인 예제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마치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배들을 위한 등대처럼,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랐다.
코드 자체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주석을 추가하고, 변수명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코드는 제거했다. 세상에 처음 내보이는 자신의 창조물.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다듬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의 로컬 저장소에는 Zustand 1.0 버전의 코드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GitHub 저장소를 생성하고, 라이선스 파일을 추가하고, 마지막으로 버전 태그를 달았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명령어를 입력했다.
git push origin main
git push origin v1.0.0
엔터 키를 누르는 순간, 그의 코드는 네트워크를 타고 광활한 인터넷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작은 종이배를 망망대해에 띄워 보내는 심정이었다.
“가라, Zustand.”
카토는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GitHub 저장소 페이지를 응시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Zustand 1.0.
이제 막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딘 작은 라이브러리. 과연 이 작은 외침이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비웃음? 무관심? 아니면… 공감과 환호?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Context의 벽 앞에서 좌절했던 한 개발자의 문제의식이, 이제 세상을 향한 작은 제안이 되어 날아올랐다.
카토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밀려오는 피로감과 함께, 묘한 해방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커뮤니티라는 거대한 바다의 파도가 어떤 모습으로 밀려올지, 그는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