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테이너의 무게, 버그 수정과 기능 요청 사이에서
제18화
발행일: 2025년 05월 14일
Zustand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다이시 카토의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성공의 달콤함 뒤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랐다. 그것은 바로 오픈소스 메인테이너(Maintainer)라는 역할의 무게였다.
그의 GitHub 알림 센터는 더 이상 기쁨의 원천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댐이 터진 듯 쏟아지는 요구사항과 문제점들의 집합소, 끝없는 알림의 폭격 현장이었다.
“젠장… 또 새로운 이슈인가.”
새벽녘, 어슴푸레한 모니터 불빛 아래에서 카토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새로 등록된 이슈들을 훑어보았다. 그의 하루는 이제 두 개의 거대한 축으로 나뉘었다. 낮에는 회사에서의 본업, 밤에는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Zustand 관련 이슈들을 처리하는 것. 잠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이슈 트래커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 긴급 버그 리포트: “v3.5.1 업데이트 후 특정 브라우저에서 앱이 깨집니다! 빠른 수정 부탁드립니다!” -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수많은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치명적인 문제들.
- 기능 요청 (Feature Request): “Zustand 스토어 간의 통신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으로 상태를 암호화하는 미들웨어를 만들어주세요!” - 때로는 합리적이고 흥미로운 제안부터, 때로는 Zustand의 철학과는 거리가 멀거나 구현 난이도가 극도로 높은 요구까지.
- 사용법 질문: “TypeScript와 함께 사용하려는데 타입 에러가 납니다. 어떻게 해결하나요?” - 이미 공식 문서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지만, 문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질문부터 던지는 사용자들.
- 중복 이슈: 이미 다른 사용자가 보고했거나 해결된 문제에 대해 또다시 등록되는 이슈들.
- 애매모호한 보고: “뭔가 이상하게 동작해요. 고쳐주세요.” - 재현 방법도,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막연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카토는 밀려드는 이슈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모든 사용자에게 친절하게 답하고, 모든 버그를 즉시 수정하고, 모든 합리적인 기능을 구현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메인테이너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선의를 비웃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었다. 본업에 충실해야 했고, 잠도 자야 했으며, 가끔은 숨 돌릴 틈도 필요했다. 하지만 이슈 트래커는 24시간 잠들지 않았다. 시차도, 언어도 다른 전 세계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요구를 쏟아냈다.
“이걸… 이걸 다 어떻게 혼자 감당하라는 거지?”
어느 날 밤, 심각한 버그 리포트를 디버깅하다 말고 그는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코드를 수정하는 것보다 이슈를 분류하고, 중복을 확인하고, 사용자들에게 답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다. 영혼이 갈려나가는 듯한 소모적인 작업의 연속.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닌데…’
단순히 코딩이 좋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즐거워서 시작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치 끝없는 민원 처리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된 기분이었다.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족쇄가 그의 발목을 옥죄고 있었다. 번아웃의 그림자가 그의 등 뒤에 어른거렸다.
문득, 그는 지난번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Concurrent Mode 문제를 해결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첫 번째 외부 기여자가 나타났을 때 느꼈던 벅찬 감동도.
‘혼자서는… 무리야.’
그는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거대한 파도를 혼자 맞서려 했던 것이 오만이었다는 것을. Zustand는 더 이상 그 혼자만의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용자와 기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생태계였다. 그렇다면, 이 유지보수의 무게 또한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카토는 키보드 위에서 잠시 손가락을 멈췄다. 그리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의 힘을 빌리자.’
우선, 기여 가이드라인(CONTRIBUTING.md
)을 더 명확하게 다듬어야 했다. 버그 리포트 양식, 기능 제안 프로세스, 코드 스타일 가이드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효율적인 협업을 유도해야 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이슈 트래커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좋은 의견을 제시하거나 코드 개선에 관심을 보이는 사용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볼 수도 있었다. 그들에게 일부 이슈 검토나 간단한 버그 수정 권한을 부여하여 관리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했다.
물론 쉽지는 않을 터였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여자를 찾고, 그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코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쓰러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길이었다.
카토는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결의가 서려 있었다. 단순히 코드를 짜는 개발자를 넘어, 커뮤니티를 이끌고 협업을 조율하는 진정한 의미의 ‘메인테이너’로 거듭나야 할 때였다.
메인테이너의 무게는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이제는 그 무게를 함께 나눌 동료들을 찾아 나설 용기가 생겼다. 그의 여정은 또 한 번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독한 싸움에서, 함께하는 여정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