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시작 10분 전.
무대 뒤편의 작은 대기실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휩싸여 있었다. 댄 아브라모프는 차가운 생수병을 든 채, 대기실 안을 의미 없이 오가고 있었다. 그의 심장은 마치 엔진처럼 세차게 울리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발표를 해봤지만, 오늘 같은 긴장감은 처음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신기능 발표가 아니었다.
리액트의 근본 철학에 대한 도전이자, 전 세계 수백만 개발자들이 수년간 쌓아온 관습을 뒤흔드는 선전포고였다. 그는 잠시 후, 청중들에게 익숙한 세계를 버리고 미지의 땅으로 함께 가자고 설득해야만 했다.
“너무 걱정 마, 댄. 리허설은 완벽했어.”
소피 알퍼트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꼭 쥔 두 손이 그녀의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개발자 경험’을 중시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개발자들에게 축복이 될지, 혹은 또 다른 혼란이 될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의 의도를 오해하면 어떡하지? 클래스를 완전히 폐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커뮤니티가 분열될 수도 있어.”
댄이 낮은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그럴 일 없어.”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세바스티안 마크바게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마치 다가올 거대한 파도를 온몸으로 느끼는 듯 미동도 없었다.
“진실은 힘이 있지. 우리가 지난 2년간 마주했던 문제들은 모든 리액트 개발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야. 그들은 자신의 고통을 명확한 언어로 설명해 줄 사람을 기다려왔을 뿐이야.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거고.”
세바스티안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훅의 탄생이 기술적 우월함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개발자들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함에서 시작되었다는 본질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댄은 심호흡을 했다. 세바스티안의 말이 맞았다.
그는 지금 무언가를 ‘가르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공감’을 구하러 가는 것이었다.
this 바인딩의 고통, 래퍼 지옥의 절망감, 뒤섞인 생명주기의 혼란. 이 모든 것을 함께 겪어온 동료 개발자들에게, “우리에게 더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라고 조용히 속삭이러 가는 것이었다.
“5분 남았습니다.”
스태프의 목소리가 대기실의 정적을 깼다.
댄은 생수병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발표 슬라이드의 첫 페이지를 확인했다.
React Today and Tomorrow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오늘 이 발표가 끝나는 순간, 리액트의 ‘어제’는 역사가 되고, 새로운 ‘오늘’이 시작될 터였다.
소피가 그의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렸다.
“세상을 바꿀 준비됐어?”
댄은 마른 입술을 축이며, 무대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역사의 증인이 될 준비를 마친 자의 조용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거대한 막이 오르기 직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