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장,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라.

292025년 08월 16일4

윈스턴 처칠은 전시 내각 회의실에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대서양 전투의 상황은 암울했다. U-보트의 공격으로 인한 물자 손실 보고서가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는 시가를 깊이 빨아들이며,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그때, 그의 수석 비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는 단 한 줄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Action This Day” (오늘 당장 처리할 것)

그리고 그 아래에는 처칠 자신의 서명이 갈겨져 있었다. 쪽지와 함께 전달된 것은 튜링과 동료들이 보낸 그 편지였다.

처칠은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블레츨리 파크의 존재와 그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그곳을 ‘알을 낳기는 하지만 결코 꼬꼬댁거리지 않는 암탉들’이라고 부르며 총애했다.

편지를 다 읽은 처칠은 즉시 자신의 가장 신임하는 보좌관이자 군 정보부 총책임자인 이스메이 장군을 불렀다.

“이스메이.”

처칠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는 방금 읽은 편지를 장군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편지를 읽어보게. 그리고 내가 자네에게 전하는 말을, 이 편지 위에 그대로 적어서 블레츨리 파크의 책임자들에게 전달하게.”

이스메이 장군은 편지를 받아 들고 처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처칠은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ACTION THIS DAY. Make sure they have all they want on extreme priority and report to me that this has been done.”

“오늘 당장 행동에 옮기시오.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임무가 완수되었음을 내게 보고하시오.”

그것은 단순한 지시가 아니었다. 전시 총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명령, 사실상의 백지수표였다. 모든 관료주의적 절차와 예산 문제를 무시하고, 블레츨리 파크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라는 특명이었다.

이 메모가 블레츨리 파크에 도착했을 때, 기지의 분위기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회의적이었던 행정 책임자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그들은 더 이상 예산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튜링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묻기 시작했다.
“튜링 씨, 필요한 부품 목록을 당장 주시오.”
“인력은 몇 명이나 더 필요합니까? 영국 전역에서 최고의 기술자들을 수소문하겠습니다.”

전화선은 쉴 새 없이 울렸고, 런던의 군수 공장에는 긴급 지시가 하달되었다. 브리티시 태뷸레이팅 머신 컴퍼니(British Tabulating Machine Company)의 공장 라인은 다른 모든 생산을 중단하고 오직 ‘봄브’ 제작에만 매달렸다.

자재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술자들과 여성 보조 인력(Wrens)들이 기차를 타고 속속 도착했다. 블레츨리 파크의 조용했던 정원은 새로운 목조 가건물, 즉 ‘봄브’를 수용할 ‘헛(Hut)’들을 짓는 공사 소음으로 가득 찼다.

튜링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처칠의 짧은 메모 한 장으로 현실이 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론과 설계도가 이제 단순한 종이 위의 그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통해 거대한 강철 기계로 조립되는 과정을 경이롭게 지켜보았다.

그의 봄브는 더 이상 한두 대의 시제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선, 대(對) 에니그마 전쟁의 주력 무기가 될 참이었다.

튜링은 작업장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결국, 가장 복잡한 기계를 움직이는 것도, 가장 완고한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논리가 아닌 한 사람의 ‘결단’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다시 자신의 설계도 앞으로 돌아갔다.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봄브를 전장에 투입해야 했다. 대서양의 운명은 이제 그들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