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3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현장은 수만 명의 개발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모두가 차세대 게임 엔진, 새로운 하드웨어, 혁신적인 개발 기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세션과 발표가 쏟아지는 그 거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쩌면 많은 이들이 알아채지 못했을 조용한 사건 하나가 일어났다. 요란한 무대 조명이나 화려한 발표자 없이, 크로노스 그룹의 이름으로 된 공식 보도자료 한 통이 전 세계 미디어와 개발자 커뮤니티를 향해 송신되었다.
“크로노스 그룹, 로열티 없는 웹 3D 그래픽스 표준 WebGL 1.0 명세서 발표”
그 제목 아래에는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압축된 문장들이 담겨 있었다.
“WebGL은 자바스크립트를 통해, 별도의 플러그인 없이 HTML 캔버스에 직접 GPU 가속 3D 그래픽을 렌더링할 수 있는 새로운 웹 표준입니다. 이 표준은 OpenGL ES 2.0에 대한 바인딩을 정의하며, 모든 주요 브라우저 공급업체들이 참여한 WebGL 워킹 그룹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역사가 기록되는 순간은 의외로 담담했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즉각적이었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기술 전문 블로그와 뉴스 사이트들이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 "웹의 3번째 차원, 플러그인 없이 열리다"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 "어도비 플래시의 시대, 종말을 고하는가? WebGL 1.0 공식 발표"
슬래시닷(/.): "개발자 필독: 이제 당신의 브라우저는 3D 엔진이다"
트위터 타임라인은 ‘#WebGL’ 해시태그로 뒤덮였다.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놀라움과 흥분이 뒤섞인 반응을 실시간으로 쏟아냈다. 파이어폭스와 크롬의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하고, 막 공개된 WebGL 데모들을 직접 실행해본 후의 감상들이 넘쳐났다.
블라디미르는 샌프란시스코의喧騒から離れた場所で, 자신의 모니터 앞에서 조용히 그 모든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웹이라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던 한 명의 개발자였다.
자신이 처음 품었던 아이디어, ‘브라우저에서 직접 3D를 그리고 싶다’는 막연했던 꿈이 이제 ‘WebGL 1.0’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을 얻고,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현실의 기술이 되었다.
그의 메일함으로는 워킹 그룹 동료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구글의 엔지니어도,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던 애플의 아키텍트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해냈다’는 동지애 넘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WebGL 1.0의 공식 발표.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 표준이 공개된 것을 넘어선 의미를 가졌다.
그것은 웹이 더 이상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루어진 ‘문서’의 집합이 아님을 선언하는 사건이었다.
그것은 웹이 상호작용과 경험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했음을 공표하는 이정표였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 기업의 독점 기술이 아닌, 개방과 협력이라는 웹의 위대한 정신이 다시 한번 승리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3월 3일의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하지만 웹의 세계에서는 이제 막 새로운 시대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제3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마침내 장엄한 막을 올렸다. 이제 이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쥔 개발자들이 어떤 세상을 그려나갈 것인가. 모든 것이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