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는 아직도, 넓어지고 있다.

502025년 08월 27일3

블라디미르는 다시 브라우저 창을 본다.
그것은 십수 년 전, 그의 여정이 시작되었던 바로 그 풍경이었다. 네모반듯한 창, 깜빡이는 커서. 하지만 이제 그의 눈에 비치는 그 창은 예전과 전혀 달랐다. 예전처럼 답답함이나 한계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무한한 가능성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Portal)’처럼 보였다.

이제 그 문 너머에서는, 가구 회사의 웹사이트에서 3D 소파 모델이 360도로 부드럽게 회전하고 있었다. 고객은 플러그인 설치 없이, 소파의 가죽 질감을 확대해보고 자신의 거실 사진 위에 가상으로 배치해보고 있었다.

또 다른 문 너머에서는, 박물관의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고대 유물이 3D로 스캔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전 세계의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마치 손에 든 것처럼 유물을 돌려보며 역사의 흔적을 관찰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문에서는,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브라우저 안에서 3D 설계도를 함께 보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고 수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처음 원했던 것이었다.
3D 그래픽을 웹의 ‘손님’이나 ‘용병’이 아닌, HTML 태그나 CSS 스타일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시민’으로 만드는 것. 설치의 장벽을 허물고, 보안의 우려를 씻어내며, 정보의 접근성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것.

그의 목표는 단지 멋진 기술을 만드는 것을 넘어, 웹의 가장 위대한 가치인 ‘개방성’과 ‘접근성’을 3차원의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탄생한 WebGL 1.0은 완벽하지 않았다. OpenGL ES 2.0이라는 구세대 API에 기반했기에 수많은 제약이 있었고, 상태 기계 모델은 초심자에게는 여전히 복잡했다.

하지만 그 한계와 복잡함이 있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Three.js와 같은 수많은 라이브러리들이 그 복잡함을 감추기 위해 탄생했고, 더 나은 성능과 제어권을 향한 갈증은 WebGL 2.0을 거쳐 WebGPU라는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었다.

그가 처음 놓았던 다리는 좁고 낡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다리가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3D 웹이라는 신대륙으로 건너올 수 있었고, 이제 그들은 더 넓고 튼튼한 다리(WebGPU)를 스스로 건설하고 있었다.

블라디미르는 이제 그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서 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거대한 강물의 발원지에 있는 작은 샘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었다. 그 샘물이 흘러 수많은 지류와 만나고, 마침내 거대한 바다를 이루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가슴은 벅찼다.

그는 브라우저 창을 닫았다.
하지만 그가 닫은 것은 하나의 창일 뿐, 그가 열었던 가능성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
그 문은 이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통해 현실 세계와 겹쳐지려 하고 있었고,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꿈으로 시작된 혁명은, 지금도 웹이라는 캔버스를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다.
웹의 새로운 차원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