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분증, ADID와 ID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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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11일

모바일이라는 신대륙 앞에서 팀은 망연자실했다. 쿠키라는 만능 열쇠를 잃어버린 채, 수많은 앱이라는 굳게 닫힌 문들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사용자 추적의 실마리가 끊긴 상황에서 DMP와 리타겟팅은 무용지물이었다.

팀은 생존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만 했다. 회의실의 화이트보드는 ‘쿠키 없는 세상에서 사용자를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가득 찼다.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사용자의 기기 고유 정보, 예를 들면 MAC 주소나 IMEI 같은 것을 사용하면 안 됩니까? 그건 기기마다 절대 바뀌지 않는 값이잖습니까.”

한 엔지니어가 제안했지만, 데이비드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그건 사용자가 절대로 변경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명백한 개인 식별 정보(PII)다.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너무 커. 우리가 그런 데이터를 사용하는 순간, 전 세계 규제 당국의 타겟이 될 거야.”

프라이버시. 그것은 넘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선이었다. 그들은 사용자를 ‘식별’해야 했지만, 개인을 ‘특정’해서는 안 됐다. 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며칠간의 격렬한 토론 끝에, 구글 내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팀과 광고 기술팀의 협력 아래,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데이비드는 팀 회의에서 새로운 개념을 발표했다.

“우리는 기기 자체의 고유 값을 사용하는 대신, 운영체제(OS) 수준에서 ‘광고 전용 식별자’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것은 기기의 하드웨어 정보와는 완전히 분리된, 오직 광고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가상의 ID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두 개의 새로운 이름을 썼다.

ADID (Advertising ID for Android)
IDFA (Identifier for Advertisers for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ADID’를, 애플의 iOS는 이와 유사한 개념인 ‘IDFA’를 도입할 것이다. 이 새로운 신분증은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데이비드는 그 특징들을 하나씩 설명했다.

  1. 익명성: ADID와 IDFA는 사용자의 이름, 이메일 같은 실제 개인정보와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무작위로 생성된 문자열이다. (예: dafd-1234-adfd-5678)
  2. 지속성: 사용자가 직접 초기화하기 전까지는, 해당 기기에 설치된 모든 앱에서 동일한 값을 유지한다. 즉, 페이스북 앱과 뉴욕타임스 앱이 동일한 ADID를 공유함으로써, 두 앱에서 같은 사용자로 인식될 수 있게 된다.
  3. 사용자 통제권: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기기 설정에 들어가서 이 광고 ID를 ‘초기화(reset)’할 수 있다. 번호표를 찢고 새 번호표를 받는 것처럼, 과거의 추적 기록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심지어 ‘광고 추적 제한(Limit Ad Tracking)’ 옵션을 켜서, 앱들이 이 ID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도 있다.

알렉스는 그 개념을 듣고 무릎을 쳤다. 이것은 쿠키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오되, 단점이었던 프라이버시 통제 문제를 해결한, 한 차원 진화한 방식이었다. 사용자의 손에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리모컨’을 쥐여준 셈이었다.

이제 팀의 임무는 명확해졌다.

쿠키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던 기존의 모든 광고 시스템 – 애드 익스체인지, DSP, SSP, DMP – 을 이 새로운 ADID와 IDFA를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알렉스에게는 DMP 시스템을 수정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기존의 cookie_id를 기반으로 하던 데이터베이스 스키마를, mobile_ad_id라는 새로운 필드를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했다. 또한, 웹에서 수집된 쿠키 기반 데이터와, 모바일 앱에서 수집된 ADID 기반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통합하여, 한 명의 사용자가 여러 기기를 오가는 ‘크로스 디바이스(Cross-device)’ 행동 패턴을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는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다. 세상이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그는 낡은 신분증을 폐기하고 수십억 명의 새로운 디지털 시민에게 부여될 ‘새로운 신분증’을 시스템에 등록하는, 거대한 이민국 직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모바일 혁명이라는 위기는, 더 안전하고 투명한 기술을 탄생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