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시대, 유튜브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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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12일

ADID와 IDFA라는 새로운 신분증 덕분에 팀은 모바일 앱이라는 신대륙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시스템은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인터넷의 진화는 단 한순간도 팀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번 변화의 진원지는 구글 내부에 있었다. 바로 2006년에 구글이 인수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였다.

초기의 유튜브는 그저 재미있는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가까웠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모바일 데이터 속도의 향상은 유튜브를 괴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텍스트를 읽는 대신 영상을 보기 시작했고, 유튜브는 TV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제왕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당연히, 광고주들의 시선도 유튜브로 향했다.

광고팀의 전체 회의. 데이비드는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 그래프를 보여주며 말했다.

“여러분, 새로운 형태의 인벤토리가 등장했습니다. 기존의 배너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동영상’이라는 인벤토리입니다. 광고주들은 이제 영상 시작 전(프리롤), 중간(미드롤), 끝(포스트롤)에 자신들의 TV 광고 같은 영상 광고를 넣고 싶어 합니다.”

알렉스는 생각했다. ‘광고 소재가 이미지 파일에서 동영상 파일로 바뀌는 것뿐 아닌가? 기존 시스템에 적용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하지만 데이비드의 다음 설명은 그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문제는 복잡성입니다. 배너 광고는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면 끝입니다. 하지만 동영상 광고는 다릅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동영상 광고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기능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 재생, 일시정지, 음소거, 전체 화면 기능
  • 광고 재생 시간 표시 및 남은 시간 표시
  • ‘5초 후 건너뛰기(Skip)’ 기능
  • 광고 클릭 시, 영상은 멈추고 광고주 사이트로 이동하는 기능
  • 재생 시작, 25% 재생, 50% 재생, 75% 재생, 100% 재생 완료 등 구간별 시청 데이터 추적 기능

“이 모든 기능을 유튜브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있는 비디오 플레이어, ESPN 앱에 있는 비디오 플레이어 등 세상의 모든 비디오 플레이어에서 똑같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각각의 플레이어는 모두 다른 개발사가 다른 기술로 만들었는데도 말이죠.”

그제야 알렉스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히 동영상 파일을 전송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동영상 광고를 ‘제어하고 측정’하기 위한 표준화된 약속, 즉 프로토콜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표준이 없다면, 구글은 수천 개의 각기 다른 비디오 플레이어에 맞춰 수천 가지 버전의 광고 코드를 개발해야 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업계 표준화 기구(IAB)에서 새로운 기술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데이비드는 두 개의 새로운 약어를 썼다.

VAST (Video Ad Serving Template)
VPAID (Video Player-Ad Interface Definition)

“VAST는 동영상 광고의 기본적인 정보를 담은 명세서입니다. ‘이 광고 영상 파일의 주소는 여기고, 길이는 30초이며, 클릭하면 이 사이트로 이동시켜라’ 같은 정보를 XML 형식으로 담고 있죠. 일종의 동영상 광고용 ‘삽입 주문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VPAID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입니다. 광고와 비디오 플레이어가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페이스입니다. 광고 자체가 하나의 작은 프로그램이 되어, 플레이어에게 ‘나를 5초 후에 건너뛸 수 있게 스킵 버튼을 보여줘’ 라고 명령하거나, 플레이어로부터 ‘사용자가 방금 음소거 버튼을 눌렀어’ 라는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게 하죠. 훨씬 더 상호작용이 가능한 광고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알렉스에게는 이 새로운 기술 표준을 분석하고, 구글의 광고 거래소 시스템이 VAST와 VPAID를 완벽하게 지원하도록 수정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며칠 동안 복잡한 XML 구조와 자바스크립트 인터페이스 명세서를 파고들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는 깨달았다. 배너 광고의 세계가 ‘정적인 사진’을 거래하는 시장이었다면, 동영상 광고의 세계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작은 영화’를 거래하는 시장이었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훨씬 더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기술적인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그가 코드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세상의 트래픽은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영상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시스템에 가르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