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Walled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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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14일

소셜 제국의 공습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쟁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철학의 충돌이었다. 팀원들은 페이스북의 정교한 타겟팅 능력에 위기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그들의 데이터와 우리의 데이터를 합치면 최강이 아닐까?’

그 생각은 광고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아침, 팀의 기술 파트너십 매니저로부터 긴급한 문의가 전달되었다. 대형 자동차 제조사인 ‘글로벌 모터스’의 요청이었다.

“그들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구글에서 ‘가족용 SUV’를 검색한 사용자 중, 페이스북에서 ‘자녀를 둔 30대 부모’ 프로필을 가진 사람에게만 신차 광고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라고요. 두 플랫폼의 데이터를 결합해 최고의 타겟을 찾고 싶다는 겁니다.”

요청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데이비드와 사라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불가능한 요구였다.

알렉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까? 양쪽의 익명화된 사용자 ID를 어떻게든 매칭할 수는 없는 건가요?”

이번에는 사라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알렉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야. 철학의 문제지. 먼저 우리 구글의 철학을 이해해야 해.”

그녀는 구글의 애드 익스체인지를 중심으로 DSP, SSP, 광고주, 매체사가 연결된, 익숙한 생태계 그림을 그렸다.

“우리의 생태계는 ‘개방성(Openness)’을 기반으로 해. 우리는 시장을 만들고, 규칙을 제공하고, 플레이어들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도록 돕지. 익명화된 데이터는 광고주나 DSP 같은 파트너들과 공유되기도 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일종의 거대한 ‘공공 광장(Public Square)’ 같은 개념이야.”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전략은 정반대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이라고 부릅니다.”

사라는 기존의 그림 옆에,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상자를 그렸다.

“이 정원의 규칙은 아주 간단해.”

  1. 데이터는 오직 안으로만 들어오고,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 “광고주는 페이스북에 돈을 내고, ‘이런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여줘’라고 요청할 수 있어. 하지만 페이스북이 가진 ‘약혼한 28세 여성’이라는 귀중한 데이터 자체를 정원 밖으로 절대 가지고 나올 수는 없어. 그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니까.”
  2. 모든 것은 그들의 벽 안에서 일어난다.

    • “페이스북 데이터를 이용한 광고는, 오직 페이스북 플랫폼이나 그들의 오디언스 네트워크 안에서만 집행할 수 있어. 우리 애드 익스체인지 같은 외부 시장에는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아.”
  3. 그들은 투명성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들은 ‘블랙박스(Black Box)’다.

    • “광고주는 페이스북에 예산과 목표를 주고, 결과를 보고받을 뿐이야. 구체적으로 어떤 사용자가 어떻게 광고에 반응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원본 데이터(Raw Data)는 절대 제공하지 않아. 그저 그들의 시스템을 믿어야 할 뿐이지.”

알렉스는 그제야 글로벌 모터스의 요청이 왜 불가능한지를 뼈저리게 이해했다. 그것은 공공 광장에 있는 사람의 정보와, 삼엄한 경비 속에 있는 비밀 클럽 회원의 정보를 합치려는 시도와 같았다. 클럽은 절대 회원 명부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이건… 기술의 우위를 다투는 경쟁이 아니었군요. 생태계의 철학을 건 싸움입니다.”

알렉스의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제 광고주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거야. 투명하고 개방적이지만 데이터가 분산된 구글의 생태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불투명하지만 강력한 자체 데이터를 독점한 페이스북의 정원을 선택할 것인가.”

소셜 제국의 공습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터넷 광고 시장 전체를 두 개의 거대한, 그리고 결코 섞일 수 없는 세계로 양분시키고 있었다.

구글은 이제 자신들의 ‘개방성’이라는 철학이, 페이스북의 ‘폐쇄성’이라는 강력한 무기 앞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증명해야만 하는, 더 힘든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